마켓in | 이 기사는 04월 07일 09시 29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기름값 잡기에 혈안이 된 정부가 내년 한국거래소(KRX)에 개설을 목표로 한 석유선물 상장 카드를 또 들고 나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잊혀질 만하면 나오는 석유선물 상장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6일 열린 경제정책회의에서 "석유 전자상거래 제도를 연내 도입하고 석유선물 상장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 석유선물 상장 문제는 지난 2008년 물가 안정화를 위해 이미 한 번 거론된 내용이다. 당시 민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법령 개정 검토에 착수했고 2009년중 석유제품 선물을 상장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관련 제도 개선과 원유 현물가격 측정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제도 개선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중단이 됐었지만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믈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시 검토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원유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석유선물을 상장하기 위한 최대 관건은 정유사 등 관련 에너지 기업들의 시장 진입 문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법인세·소득세 감면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외거래를 통해 편리함을 느끼고 있는 정유사들이 추가적인 비용 부담과 결제의 불편함까지 껴안고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시장에 들어올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부분의 대형 정유사들은 장외거래(OTC)를 통해 한 곳의 해외 금융기관과 계약을 맺고 원유 관련 리스크를 헤지하고 있다. 해외 금융기관들은 해당 정유사의 신용을 평가해 거래가 만기됐을 때 한 번에 정산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국내 선물로 헤지할 경우 현금으로 증거금을 예탁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현재 국내 선물로 헤지를 하기 위해서는 개시 및 유지 증거금 등을 한국거래소에 맡겨야 하는데 이는 정유사 입장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동시에 유동성에서도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원유의 경우 워낙 장외거래가 활성화된 상품이라 정유사들이 국내 거래소를 통해 거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면서 "결제 등 편리한 부분이 많은데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거래할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걸림돌은 비용문제다. 예를 들어 한국거래소에 지수 등 간단한 금융선물을 개설할 경우에도 수 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석유제품의 경우 한 번도 다뤄본 적이 없는 상품인데다 시스템과 재고창고 마련 등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제도적인 측면도 만만치 않다. 정유사가 선물 거래를 하기 위해 금융투자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현금결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실물인수도 검토되고 있지만 이 역시 아직 확실치 않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막상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해 오픈했지만 자칫 잘못하면 돈육선물과 같이 거래가 미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거래가 부진할 경우 가격 왜곡현상도 생길 수 있어 정부는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기획경제부 관계자는 "현재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식경제부·금융위원회와 공조를 통해 방안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면서 "아직 검토 단계로 현금 결제와 실물인수 방식의 결정 등 올해 시장 모델 형성 작업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