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에 와서 생떼거리를 쓰는 사람은 민주시민 대우를 받지 못하오니 제발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용산구청-"
원래는 현수막에 게시했던 구청의 메시지를 가로 10미터, 높이 2.5미터 가량 되는 대형 구조물에 옮겨 영구적으로 설치했다. 원래 문구는 "세입자가 아무리 떼를 써도 구청은 도와줄 방법이 없습니다"였지만 더 강하게 바뀌었다.
용산구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니다. 구청앞에서 농성중인 재개발지역 철거민을 겨냥한 것이다.
'법이 정한대로 이주비와 임대아파트까지 제공했는데도 철거민 단체가 일부 철거민들을 부추겨 불법 농성을 하며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게 구청의 주장이고, 농성 철거민들은 '임대주택 입주권에 대해 공문서로 보장을 해주고 이를 위해서 철거민 단체가 참여하는 협상자리를 만들어라'며 1년 넘게 맞서왔다.
◇ 헌법 위에 떼법
용산구청이 말하는 철거민들의 불법행위는 사실 우리사회의 기준에서 보면 경미한 수준이다. 어찌보면 구청의 지독한 대응의 결과일 수도 있다.
사회 어느 곳에서나 갈등이란 게 있기 마련이고, 억울한 자의 호소가 때로는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행위가 국가의 근간을 흔들고, 그래서 저항이 목표한 성과를 이끌어 내며, 따라서 법을 따르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낳는다는 경험이 우리사회에 누적되는 데 있다. 헌법보다 더 우월하다는 이른바 '떼법'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공권력이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무너진 공권력을 짓밟고 떼법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악순환이 지난 수년간 이어져왔다.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을까.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은 '장관 재직시절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방침을 확산시키려 했으나 강한 반발에 부딪쳐 채택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즉시 진압함과 동시에 배후세력을 철저히 수사하는 게 원칙인데, 이를 구시대적 행태로 보거나 이념적으로 시위자들과 생각이 닿아 있는 사람들이 정부내에 있었다는 것이다.
◇ 떼법보다 더 무서운 국민정서법
국기를 흔드는 '떼법' 행위는 산발적이고, 이를 지탄하는 여론도 워낙 강해져 치유가 그리 어려워보이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 보다 더 무서운 '국민정서법'이다. 국민정서법 앞에서는 좌파 우파 할 것 없이 정치가 무기력할 뿐이다.
통신요금 부담이 너무 크다는 국민들의 정서 앞에 강제적인 요금인하 카드를 꺼내 영합하려 했던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정책이 대표적 사례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자유시장 경제 공약은 단숨에 뒤로 밀린다.
빗발치는 비판에 새 정부는 결국 시장친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물러섰지만, 한나라당은 18대 총선 공약집에서 "통신서비스 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복지 관점에서 요금감면 대상자 확대를 요청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한나라당 공약집의 '영세 자영업자 보호대책'을 보자."대형마트 입점 시 주변 재래시장 및 중소유통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 반영하고 지역설명회 도입을 의무화하겠다"고 한다. "대형마트 입점 규제"를 골간으로 한 진보신당 심상정 의원의 법안과 맥을 같이한다. '영세 자영업자, 재래시장은 정부가 앞장서서 보호해야 한다'는 정체 불명의 국민정서에 부응한 결과다.
◇ 포퓰리즘을 청산해야 매력있는 사회
대중의 압력에 즉자적으로 반응하는 얕은 정치는 근본적인 문제해결보다는 시장을 왜곡하거나 대중의 눈을 속이는 방법을 선호한다. 대중은 결국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천문학적인 세금을 쏟아 부으며 수십년간 보호를 해 온 우리나라의 농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계속 보호하지 않으면 금세 죽을 지도 모를 정도로 경쟁력은 여전히 절대 열위다. 농산업 종사자들의 부채는 계속 늘었고, 정부는 이를 반복적으로 탕감해줘 남은 것은 도덕적 해이 뿐이다. 그럼에도 농산업 종사자들은 만날 울상이고, 농산물 소비자들은 비싼 값에 죽을 맛이다.
떼법과 국민정서법은 포퓰리즘의 사생아다. 떼법과 정서법이 지배하지 않는, 헌법에 충실한 매력있는 사회의 열쇠는 포퓰리즘 정치의 청산이다. 당장의 불편함과 갈등이 수반되겠지만, 이를 감내하고 가려주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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