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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발발한 중동 전쟁은 석화업계 뿐만 아니라 전방위 산업에 전환기적 위기를 불러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전쟁 두 달 여 만에 나프타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자 NCC 가동이 중단되거나 가동률이 대폭 축소돼 자동차, 건설, 생필품, 의약품 생산 등 산업 전방위에서 공급망 마비가 현실화하고 있다.
위기가 가중됐지만 정부는 개의치 않았다. 앞서 정부의 데드라인에 맞춰 국내 3대 석화 산업단지 중 대산, 여수에서 사업재편 최종 계획서를 제출했다. 이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젠 울산의 시간”이라며 구조조정 압박 수위를 더욱 높였다. NCC 축소 정책에 역행하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석화업계의 황소개구리로 떠오른 지 오래지만 이를 해결하기보단 나머지 기업들의 결단만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 급등으로 플라스틱 업계가 원가 부담과 수급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유로 국내 석화기업들에게 3·4월 가격 인상분을 축소하라고 사실상 강제 상생협약식을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석화업계는 이미 2022년부터 적자 상황에서 돌입했는데 플라스틱업계는 지금도 2~3% 영업이익률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가격 전가를 내세워 석화 쪽만 고통 분담을 강요하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번 중동전쟁 사태는 역설적으로 강제 축소를 강요받은 범용 석화제품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내포한다. 나프타가 단순 원자재를 넘어 ‘경제안보 핵심 자원’으로 재인식되면서 최소한 내수를 충족할 범용 생산능력은 국가전략자산으로서 일정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석화 산업을 스페셜티로 전면적 전환하기보다는 기업들이 내수 대응 가능한 범용 생산역량을 적정 수준으로 운영하면서, 동시에 고부가 제품으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전략적 리밸런싱’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석화업계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확보, 공급 안보와 수익성 제고라는 복합 과제를 조화롭게 해결할 때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가 열릴 수 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감축만을 목적으로 한 강제적인 압박보다는 기업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고 생존을 위한 지원을 우선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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