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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기업은 토요타와 소니, 키옥시아, 덴소, NEC 등 자동차·전자부품 기업뿐만 아니라 소프트뱅크, 미쓰비시IFJ은행 등 금융사, 이동통신사 NTT 등으로 첨단 반도체 수요가 높은 다양한 분야에서 모여들었다. 이들 기업은 공동 출자를 통해 ‘래피더스’(Rapidus)를 설립하고 슈퍼컴퓨터, 인공지능(AI) 등에 쓰이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래피더스가 개발할 차세대 반도체는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다. 현재 양산 중인 삼성전자 3㎚ 반도체보다 더 미세한 공정을 요한다.
참여 기업들이 예상하는 2㎚ 반도체 양산 시점은 2025년이다. 삼성전자, 인텔, TSMC와 같은 대형 반도체 기업이 2㎚ 반도체를 본격적으로 양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과 같다. 이어 2027년부터는 2㎚ 이하 반도체 양산에 나서겠단 구상까지 내놓았다.
일본 업체들의 목표는 첨단 반도체 기술 내재화다. 이를 통해 반도체 주권을 어느 정도 확보하겠단 취지다. 해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의존도가 절대적인 일본 기업으로서는 안정적으로 차세대 반도체를 공급받을 거점이 필요하다.
반도체 협력에 나선 기업들에 일본 정부도 힘을 실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1일 신설 법인에 700억엔(약 67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바탕으로 일본 기업들이 차세대 반도체 경쟁에 뛰어들게 된 셈이다.
미국 중심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흐름에 올라타기 위한 자금도 준비돼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총 1조 3000억엔(약 12조 3500억원) 규모 반도체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 이중 3500억엔(약 3조 3300억원)가량이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연구개발(R&D) 협력 사업에 투입된다.
세계 1위 자리를 지키는 한국 반도체 산업계도 이 같은 일본 정부·기업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반 기술 등을 고려했을 때 일본 반도체 산업계가 단시간에 한국이나 대만 기업을 위협할 수준까지 올라오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길게 봤을 때는 이 같은 노력이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도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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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반도체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반도체특별법’(K-칩스법) 논의가 있었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20~40%로 확대하고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설비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인력 양성을 위해 맞춤형 고등학교 추가·대학 학과 정원 확대 등도 포함한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3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8월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후 국회 상임위를 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K-칩스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한다. 정부 지원을 기반 삼아 기술 추격에 나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각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지원금과 세금 감면에 나섰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 육성 특별법이 국회에 계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가 상황의 심각성을 잘 인지하지 못한 듯하다”며 “정신을 차려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