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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지지층별로는 반응이 달랐다. 문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절반 가량인 52.8%가 ‘잘한 결정’이라 응답했다. 반대로 ‘반문’ 성향이 강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81.4%가 ‘잘했다’고 답해 차이를 보였다.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다소 많기는 하나 반대 의견도 강성하다. 이는 사면 결정 당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박근혜 사면을 반대합니다’에 그대로 묻어난다. “문재인 정부에서 형기의 절반조차 채우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을)사면한다면, 국민에 대한 배신, 모독이자 기만”이라며 분노를 표시한 이 청원은 3일 만에 참여인원이 4만 명에 육박했다.
청와대는 여론동향을 살피며 정치적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대선을 70여 일 앞둔 민감한 시기인데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이후 탄생한 촛불정권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데 대한 핵심 지지층 분열은 우려할 만하다. 코로나19 방역과 종전선언 등 임기 말 핵심 과제 추진 동력을 상실하는 게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사면 발표와 함께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해량을 부탁드린다”며 미리 사과의 말을 남긴바 있다.
청와대 내부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참모진과 별도의 논의과정 없이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면 전날까지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의 여부가 외부로 흘러나오지 않은 배경이다.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최근 급속도로 악화된 것도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을 혼자 짊어지려 했다고 보기도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종교계와 시민단체, 비공식적으로는 정치권에서도 꾸준히 요청 혹은 건의가 있었다”며 “문 대통령 역시 두루 의견을 들으며 마지막까지 고심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결정 배경에 대해 “미래지향적으로 국민 통합에 기여되기를 원한 것으로 보이며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동력이 만들어지길 바란 듯하다”고 설명했다.
대선을 앞두고 유불리를 계산한 게 아니냐는 분석에는 선을 그었다. 애초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대선 이후 당선인의 건의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여야 중)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할지 모르나 분명한 건 선거 일정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며 “정치적 영향을 고려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타이밍이 있지 않았겠나”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