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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은 `74주년 광복절`과 `NO 아베`가 적힌 깃발이 가득 채웠지만 곳곳에서 `71주년 건국절`이라 쓰인 현수막들도 꽤 눈에 띄었다. 소위 우익단체들이 모여 건국절 플래카드와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의 대형 사진을 흔들었다. 이들은 이날 8·15 경축사에서 `건국절`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대한민국 건국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다”며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8월15일 건국절 지정 주장은, 승전국들 덕에 수동적으로 일본 제국주의에서 해방된 1945년 8월15일보다 우리 민족이 능동적으로 정부를 세운 1948년 8월15일을 더 기려야 한다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론 대한민국 건국을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으로 보느냐, 1948년 이승만 정부 출범으로 보느냐 하는 논쟁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역사적 논쟁은 사실상 일단락됐다. 건국절을 주장하는 세력들이 그토록 떠받들고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48년 8월15일 취임사에서 “대한민국 30년”이라며 1919년 임정 수립을 건국 기준으로 인정했었고 우리 헌법역시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다면 해마다 이 맘 때쯤 되풀이되는 건국절 논란은 역사 그 자체보다는 역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야한다. 특히 올해 재연된 논란은 최근 일본의 수출보복 조치로 인해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 확산과 반일(反日) 감정 고조가 불편한 정치세력들이 다시 꺼내든 낡은 프레임으로 보인다. 같은 날 “더이상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반성에 비춰볼 때 이들의 주장은 번짓수를 한참 잘못 짚었다.
이처럼 역사를 이용해 정치적 갈등을 키우려는 극단주의자들을 경계하고 꾸짖어야 한다. 물론 임시정부라는 역사적 정통성만에 매달려 그 울타리 밖 모든 세력을 배척하는 일도 경계할 때다. 역사를 등에 업으려는 어떤 정치적 술책도 용납하지 않는 성숙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