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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가)에서 제외 시 품목 수출이 포괄허가에서 건별허가로 바뀐다. 제출서류는 2종에서 최소 3종으로 확대되고 심사기간도 통상 90일로 늘어난다. 이 같은 심사 불확실성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공급망 안정성 저해도 불가피하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 통제가 가능한 물자를 총 1194개(전략물자 1120개, 상황허가 74개)로 집계했다. 이중 현재도 건별허가를 받고 있는 민감물자(263개)를 제외한 931개를 품목 단위로 통합해 495개로 정리했다. 여기에서 소량 사용이나 대체수입 등으로 배제 영향이 크지 않은 특정품목을 제외하면 159개 품목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159개 품목은 관리 종목으로 지정하고 대일의존도, 파급효과, 대체가능성 등 기준으로 그룹을 분류해 맞춤형 대응을 추진할 계획이다.
당장 대체가 어려움 품목은 재고 확보와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한다. 수출규제 품목 대상은 보세구역 내 저장기간을 필요할 때까지 연장할 수 있고, 수입신고 지연 가산세도 면제한다.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시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특별연장근로나 재량근로도 허용키로 했다.
예산과 세제, 금융을 통한 전방위 지원도 시작한다.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에는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개발(957억원), 실증·테스트장비 구축(1275억원), 자금 지원(500억원) 등 총 2732억원을 편성했다. 이를 통해 대일 의존 핵심품목의 기술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내년 예산안에도 예상되는 자금 소요를 대폭 반영할 방침이다.
핵심 기술에 대해서는 신성장 R&D와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대체 수입 시 관세율을 인하한다. 관련 기업은 국세 납기 연장이나 세무조사 유예 같은 지원책도 실시한다.
정부의 대응은 일회성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이며 항구적인 대책 마련으로 이어간다. 5일 발표할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에는 대일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 체질을 키우기 위한 방안들이 담길 전망이다.
먼저 주력 산업 공급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100여개 전략 핵심품목을 중심으로 R&D 등 매년 1조원 이상 추가 지원한다. 정부는 2000년대 들어 R&D 경쟁력 강화에 자금을 투입한다는 정책을 세웠지만 지금까지 실효가 없다는 지적을 들은 바 있다. 이번에는 안정적 성과를 내기 위한 안전장치가 담길지 여부가 주목된다.
자립화가 시급한 핵심 R&D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세액 공제도 추진한다. 해외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을 위해 펀드를 조성하고 인수 금융이나 세제 지원도 이뤄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열린 긴급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추경은 9월말까지 75% 이상 집행토록 하고 2732억원의 일본 수출규제 대응 사업들은 조기 집행에 역점을 둘 것”이라며 “일본 조치에 따른 경제·산업계 영향 점검, 기업 애로 해소를 위해 전문가 간담회, 현장방문 등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