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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5월11일 취임하자마자 미국, 중국, 일본 등 각국 정상들과 통화를 마친 문 대통령은, 특히 일본과의 관계 개선 방안으로 ‘셔틀외교’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임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놓고 여전히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았던 때다. 문 대통령은 잦은 정상간 만남으로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실제 문 대통령의 특사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예방했던 문희상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일 ‘셔틀외교’ 복원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한일간 ‘셔틀외교’는 양국 정상이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상대국을 번갈아 방문했던 것으로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의지에도 집권 3년차를 맞아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것은 단 한 차례에 그쳤다. 이마저도 한일중 3개국 정상회의 계기에 도쿄를 방문한 것이어서 무게감이 다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또한 평창 동계 올림픽 기간 방한한 것이 유일했다. 지난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G20 계기 양 정상이 만나 ‘셔틀외교’가 복원됐다고 한 선언이 무색하다.
그 와중에 한일 관계는 더욱 첨예한 갈등이 빚어졌다.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더해 레이더-초계기 위협 갈등도 불거졌다. 과거사를 넘어 군사적 문제로까지 논란이 확전되는 모양새다.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현안은 현안대로 논의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투트랙 전략’도 제자리걸음이다.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점차 힘이 실리는 이유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전방위적 외교전을 펼쳤던 문재인 정부는 대북 위협을 낮추는 데는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한일 셔틀외교는 사실상 개점휴업인 상황이다. G20이나, 동방경제 포럼, 한일중 정상회의, UN총회 등 국제적 이벤트에 맞춰 정상회담을 진행하다보니 민감한 이슈는 밀어두고 원론적 대화를 나눴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일단 정부 내부적으로도 이 같은 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정해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만약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좋아지면, 일본도 동참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북한과 일본, 우리가 공동으로 해야할 일이 많다. 이런 부분을 생각해서 한일관계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타이밍 문제가 있다. 대통령도 국민감정을 거스를 수 없으니 고민을 하면서 (일본 방문이) 빨리 될지 나중에 될지는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방문에 앞서 외무부 장관이나 국방부 장관 등이 갈등 해결에 먼저 나서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이성환 계명대 교수는 “필요하면 외무부 장관이나 국방부 장관이 나서서 기술적으로 봉합할 수 있는 문제”라며 “한일이 우방국인데 이런 부분을 강조하면서 갈등을 무마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성장하면서 일본과 수평적인 관계가 됐는데 일본이 이걸 못 받아들여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일본의 인식 전환이 오기까지 공공외교, 민간 교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