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다 어디갔지?"..서울 고시원 절반 사라져

김동욱 기자I 2013.02.13 10:13:02

도시형생활주택 등 유사상품 쏟아져 나온 영향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8년째 고시원을 운영하던 김모씨(45)는 지난해 고시원을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리모델링했다. 고시원에 입주하겠다고 찾아오는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김씨는 “고시원과 원룸의 월세 차이가 크지 않아 대부분 풀옵션으로 구성된 원룸을 더 선호한다”며 “이 때문에 고시원을 헐고 원룸으로 리모델링하는 집주인들이 많아 현재 신림동에 남아 있는 고시원은 2~3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몇 년전까지 오피스텔과 더불어 1인 가구의 주택을 대체하는 주거공간으로 자리잡았던 고시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새로 짓는 경우가 눈에 띄게 줄었고 기존 고시원은 원룸 등 다른 형태 시설로 바뀌며 종적을 감추고 있다.

13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장에 등록된 전국의 고시원은 980동(59만㎡)으로 2011년 1715동(97만㎡)에 비해 동수 기준 42%가량 줄었다. 특히 서울은 같은 기간 730동(40만㎡)에서 327동(17만㎡)으로 55%나 급감해 전체 고시원 중 절반 이상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시원은 지난 2010년 정부가 준주택으로 인정하는 등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단독 및 다가구주택 보유자들의 투자상품으로 인기를 끌며 그 수도 늘었다. 그러나 이듬해 6월 고시원을 2종 근린생활시설로 인정하는 바닥 면적 기준을 당초 1000㎡에서 500㎡로 낮추고 이 이상은 숙박시설로 규정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도시형생활주택 등 유사 상품이 쏟아진 것도 경쟁력을 상실한 이유로 꼽힌다.

김성호 국토부 녹색건축과장은 “정부의 조치로 땅값이 싼 주거용지에 대규모 고시원을 짓지 못하다 보니 사업주들이 주거용지에 지을 수 있는 원룸 등을 더 선호한 것 같다”며 “특히 도시형생활주택 등 유사 상품이 많아 시장에서 밀린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준주택 가운데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은 크게 늘었다. 대장에 등록된 오피스텔은 2011년 442동(121만㎡)에서 지난해 1262동(287만㎡)으로 18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67동(16만㎡)에서 157동(27만㎡)으로 134% 증가했다. 도시형생활주택 역시 지난해 2011년보다 47.8% 증가한 12만3949가구가 인허가 됐다.

반면 고시원을 짓겠다고 신청한 건수는 지난해 1009동(34만㎡)으로 전년(2835동·143만㎡)에 비해 동수기준 64% 급감했다. 수도권은 지난해 740동으로 같은 기간 67% 하락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고시원·도시형생활주택 등은 1인가구를 겨냥한 특화 상품인 만큼 패스트푸드처럼 부침이 심하다”며 “최근 공급이 급증하고 있는 도시형생활주택도 향후 고시원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시원은

건축법 시행령을 통해 제2종근린생활시설( 500㎡ 미만) 또는 숙박시설(500㎡이상)로 규정되는 건축물이다. 월세가 싸 주로 고시를 준비하는 장기 수험생이 찾았다. 정부가 늘어나는 1~2인가구의 주거안정을 위해 지난 2010년 고시원을 ‘준주택’으로 인정했지만 주택법의 최저주거기준(1인당 14㎡) 적용은 받지 않는다. 대부분 화장실 주방 등을 공용으로 사용한다. 2011년에는 고시원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반영해 주거용 화재기준을 적용하도록 건축 기준도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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