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기자]최근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털기 위해 최고 수억원씩 집을 싸게 파는 할인분양에 나서면서 제값 주고 집을 산 기존 계약자와 갈등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사비를 빨리 회수해야 하는 건설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분양가를 대폭 낮춰 팔 수밖에 없지만 최고 수억원을 더 주고 산 기존 계약자는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다.
◇ 최고 2억5000만원 웃돈 주고 산 셈
서울 북가좌동 가재울뉴타운3구역에 들어서는 래미안·e편한세상은 내달 5일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분양계약자·조합·건설사 등 3자 간 갈등이 극심하다. 건설사와 조합이 입주 전 남은 물량을 털기 위해 분양가를 최고 2억5000만원 낮춘 파격세일에 들어가면서 기존 계약자들이 계약해지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아파트는 미분양으로 남은 전용면적 129~153㎡(47~53평)에 한해 최소 1억3000만~최고 2억5000만원까지 할인해 주고 있다. 10억원을 넘었던 전용 153㎡(58평)은 2억5000만원 싼 7억8200만원대로 가격이 내려갔다. 뒤집어 말하면 기존 계약자는 이만큼 웃돈을 더 주고 집을 산 셈이다.
경기 파주시 봉일천 소재 대우건설의 파주 푸르지오는 중대형 아파트에 한해 최대 40%까지 분양가를 깎아준다. 분양 당시 6억원으로 책정됐던 전용 153㎡(58평)은 현재 3억5000만원선. 지난해 감정평가액이 4억7000만원이었지만 그보다 1억2000만원 더 싸다. 인근 M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이 극심했지만 입주를 빨리하는 게 그나마 집값 하락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해 지금은 체념했다”고 말했다. 2009년 9월에 입주를 시작한 대구 동구혁신도시 각산동 태영데시앙 역시 최근에 최고 1억원을 깎아주는 2차 할인분양을 하면서 입주민들과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일부 단지는 기존 계약자에 보상
일부 아파트는 할인분양으로 인한 기존 계약자와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보상을 해주는 곳도 있다. 금호건설은 지난 2월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부천의 리첸시아중동 주상복합에 대해 최대 30%까지 분양가을 할인해 줬다. 전용 117㎡(48평)의 경우 10억원에서 7억4000만원으로 깎아준 것. 대신 기존 계약자에게도 할인된 분양가만큼 현금으로 보상해 줬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분양 계약자가 소송을 걸어도 승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현행 법은 할인분양에 대한 규정이 없어 건설사가 분양가를 깎아줘도 기존 계약자에게 보상해줄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