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재만기자]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신(新) 뉴딜정책이 당사자인 미국 뿐 아니라 한국, 유럽 등 전세계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증권가에선 천문학적인 자금이 경기 부양에 동원되기 때문에 국내업체 역시 일정 부분 수혜가 가능하겠지만 지나친 기대감은 금물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경기 부양이 목적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미국업체에만 투자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 "신뉴딜 정책, 한국 경기에도 긍정적"
오바마 당선자는 지난 6일(현지시간)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신뉴딜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1950년대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최대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기를 살리겠다고 공언한 것. 외신에 따르면 신뉴딜정책에 사용되는 자금은 최소 4000억달러, 많게는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소식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연일 치솟아 한때 9000포인트를 돌파했고, 한국의 코스피지수도 1100돌파를 이뤄냈다. 일본이나 중국, 유럽 등 다른 해외지수도 연일 강세다.
신뉴딜정책에 대한 증권가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는만큼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미국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 글로벌 경기 역시 회복될 수 있다"며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뉴스인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도 "미국경기 부양정책이 시도되면 우리나라에도 그만큼 수혜가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으로 인해 글로벌 경기 자체가 투자 확대 쪽으로 흐를 수 있다"며 "사안대로 살펴봐야 하겠지만 전반적인 흐름상 한국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직접 수혜는 전선株 등에 국한될 전망
하지만 실제로 직접적인 수혜를 누리는 업종은 드물 전망이다. 신뉴딜 정책의 목적이 미국경기 부양이니만큼 대부분 수혜가 미국업체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
이종우 센터장은 "미국이란 나라는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라며 "독일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은 일정 부분 참여가 가능하겠지만 한국업체가 끼어들 자리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가 경쟁력을 갖춘 IT업종은 어느 정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며 "하지만 직접적인 연관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이영곤 연구원은 전선업체의 경우 수혜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전선업체는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미국 진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역시 전선주의 수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김한솔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전력수요는 지난 25년간 두 배 이상 늘었으나 90년대 민영화 이후 투자가 줄어 최근에 크고 작은 정전사고가 잦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전력망 교체 투자비는 2013년까지 매년 10조원 이상 계획돼 있다"며 "세계 3위 전선업체인 LS(006260)는 인프라 투자의 수혜종목으로 봐도 좋다"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또 POSCO(005490)와 현대제철(004020)도 수혜 종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미국으로 인해 철강제품 수요 안정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신뉴딜정책 기대감, 이미 반영돼 있어
증권가에선 `오바마 수혜주`라는 이름으로 테마가 형성되는 것에 대해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영곤 연구원은 "전선주가 수혜를 누리는 것은 맞지만, 현 주가엔 이미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며 "얼마나 실적을 올릴 수 있을 지 꼼꼼히 살펴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김한솔 연구원도 "오바마 당선자의 발표로 급등한 종목이 많은데 여기엔 수출 비중이 전혀 없거나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은 종목들도 있다"며 "투자자들이 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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