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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은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현재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은 치명적인 불균형에 빠져 있다"며 "선진국 금융당국은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어떤 조치든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로스는 지난 1997년 이머징 마켓 위기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브라질, 러시아 등 주변국에만 타격을 줬을 뿐이었고, 결과적으로 이들 국가는 거시경제 정책을 통해 대규모 자본을 유입시켰고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지만 지금 다시 미국이 원인이 된 금융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소로스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어려움에 빠진 이머징 국가를 돕기 위해 나서고 있는 것은 적절하지만 너무 규모도 작고 너무 늦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껏해야 이 기금은 각국 쿼터의 5배 정도여서 브라질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50억달러인데, 이는 2000억달러에 달하는 브라질의 외환보유고에 비해 소량에 지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따라서 더 규모가 크고 유연한 지원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자격이 되는, 혹은 중국과 일본, 아부다비, 사우디 아라비아 등 외환보유고가 많은 국가 중앙은행들에 대해 대규모 스왑 라인을 열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도 전일 FT 기고문을 통해 주했던 바다. 관련기사 ☞ 제프리 삭스 `글로벌 R 차단 7가지 처방전`
또한 재정 상황이 양호한 국가들에 장단기 크레딧을 제공, 이들 국가가 케인즈 주의에 입각한 경기 조정적(counter-cyclical) 재정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수요를 진작하는 것만이 전세계적으로 퍼진 경기침체 국면을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당국은 언제나 사건이 터진 뒤에 움직이고 있어 금융위기가 통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금은 특별인출권(SDR)을 창출하거나 또 다른 형태의 대규모 국제적인 준비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는 IMF에서 유일하게 비토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행보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15일 G20 회의를 열 예정이지만 만약 미국이 중대한 전세계 구제 노력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회의는 무의미하다고도 말했다.
그는 미국은 미국발(發) 폭풍에서 이머징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보여줘야 하며, 그런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자 한다면 리더십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부시 대통령이 이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차기 대통령이 그렇게 해 주길 희망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위기는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소로스는 아시아 위기 당시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대통령과 서로 책임론을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마하티르 대통령은 서구 투기자금이 아시아 위기를 초래했다면서 소로스를 자본주의의 악마로까지 지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