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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의 크립토네이션] 토큰화 첫발도 못 떼는 K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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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I 2026.04.26 12:29:09

실물 토큰자산(RWA) 시총 300억달러 돌파, 매달 두자릿수 성장
'2026 이데일리 디지털자산포럼'도 RWA 높은 성장세에 주목
K컨텐츠 위력에 국내외 전문가들 "K컨텐츠 RWA에 가장 유망"
STO법 통과에도 내년부터 실행, RWA 규제틀 마련 준비도 안돼

[이데일리 이정훈 디지털자산센터장]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토큰화 증권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RWA xyz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온체인 RWA 전체 시가총액은 300억5000만달러(원화 약 44조4000억원)로 집계로 역사상 처음으로 300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한 달 만에 10.2%나 늘어났고, 자산 보유자 수도 73만3200만명으로 전월대비 3.5% 증가했습니다. 블랙록을 시작으로 인베스코, 프랭클린템플턴, 아폴로 등 굴지의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온체인 자산 운용에 참여하면서 가파른 시장 성장세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데일리가 지난 23일 주최한 ‘2026 디지털자산포럼’에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도 한국에서의 RWA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세계 최대 실물기반 토큰화자산(RWA) 생태계이자 최다 RWA 보유자를 가지고 있는 플룸 네트워크의 크리스 인 최고경영자(CEO)는 “RWA에 엄청난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기술과 사용자는 물론이고 (유망)자산까지 모두 가진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라고 했습니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닙니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플룸은 일찌감치 한국 시장에 주목해왔고, 인 CEO는 올 들어 이미 두 차례나 방한한데 이어 연내 두 세 차례 더 한국을 찾아 다양한 파트너십과 한국 사업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니 말입니다.

여기서 궁금증은 어떤 자산을 토큰화해야 국내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참여할 것인가 인데요. 일반적인 전통 증권이건 토큰화한 증권이건 마찬가지로, 그 상품성은 기초자산에 달려 있습니다. 이날 포럼 연사였던 최원영 블루어드 토큰증권발행센터장은 “실물자산을 토큰화하는 것 자체가 마법은 아닙니다”라며 “자산을 쪼개고 토큰화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투자 수요와 유동성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결국 시장에서 매력적인 기초자산이 전제될 때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이 조언은 우리가 RWA에 대해 어떤 접근법을 가져야 하는지 그 핵심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이나 증권사가 손쉽게 소싱해서 토큰화할 수 있으면서도, 충분한 기대수익률을 올릴 수 있고 국내 투자자나 해외 투자자들 모두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자산은 무엇일까요?

플룸이 가장 주목하는 건 바로 K컨텐츠입니다. 앞서 올 2월 한국을 찾았던 그는 당시 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해외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한국 자산으로는 대중문화와 관련된 지적재산권(IP)을 꼽았습니다. 그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와 사모채권 수요가 기본적으로 많겠지만, 글로벌 문화 강국인 한국 영화와 음원, OTT 컨텐츠, 웹툰 등 다양한 대중문화 관련 IP가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최근 사례만 봐도 완전체로 복귀한 BTS의 광화문 공연과 새 앨범의 빌보드 차트 석권, 글로벌 OTT 플랫폼을 강타 중인 웹소설 기반 드라마인 ‘21세기 대군부인’의 흥행 등 ‘K’라는 수식어를 단 국내 컨텐츠의 위력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K컨텐츠는 플룸뿐 아니라 그 누가 보더라도 토큰화할 경우 수익이나 투자수요를 담보하는 유망자산일 수 있습니다.

이는 포럼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영화 ‘변호인’을 만든 양우석 감독은 국내 컨텐츠를 RWA로 만들어 웹3 기반의 소비자 직접 판매 구조로 가면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또한 그래야만 컨텐츠가 만들어낸 수익을 다시 새로운 컨텐츠 제작에 재투자함으로써 국내 컨텐츠 생태계를 확장하고 지속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내 대표 음원투자회사인 뮤직카우의 정현경 의장도 “전 세계 팬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저작권 지분을 사기 위해 우리나라 금융 플랫폼으로 몰려들 것”이라며 “음악 증권이 유동화 된다면 약 20조원 정도의 새로운 시장이 형성이 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RWA 자산 소싱과 구조화, 유통판매까지 참여하게 될 증권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SBI홀딩스와의 파트너십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유망자산을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있는 교보증권 신희진 신사업 총괄이사도 RWA시장 관련해 일단은 머니마켓펀드(MMF)에서 채권에서 시작해 신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토큰화로 간 뒤 가장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프리미엄 와인이나 K컨텐츠 토큰화 쪽으로 갈 것이라는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다만 문제는 국내 RWA 관련 규제 공백입니다. 수년 간의 입법 지연 끝에 올 초 토큰증권법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실제 시행 시점은 내년으로 늦춰졌고 아직 장외거래소 사업자 본인가나 토큰증권(STO) 발행 인가 관련 세부 규정도 마련되지 않아 기관투자가들의 상품 설계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STO만 해도 이 정도니 RWA는 당분간 꿈도 꾸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더구나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경로가 사실상 막혀 있는데다, 핵심 결제수단으로 활용돼야 할 원화 스테이블코인 입법조차 차일피일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RWA사업을 추진하려는 국내 기관들은 해외에 법인 설립해 국내외 자산을 토큰화한 뒤 해외에서 판매하는 우회적인 경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해당 RWA는 결제는 자연스럽게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의존하게 될 것이고, 국내 자산이 해외로 빠져 나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재명 정부는 우리 문화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계획인데요. 정작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인정하는 유망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토큰화할 수 있는 길은 보이지 않는 게 바로 지금 우리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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