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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지권은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는 산업안전보건법 52조에서 보장하는 권리다. 법상 권리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공기 지연 등을 이유로 기피돼 온 권리다.
삼성물산이 2021년 3월 작업중지권 전면 보장을 선언하자 첫해 8224건이 접수돼며 응축돼 있던 권리가 폭발했다. 이듬해는 4만 4455건, 3년째를 맞은 올해는 한 해 만에 24만 8676건으로 각각 급증했다. 작업중지권 사용을 꺼리는 기류가 해를 거듭하며 누그러진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 사례에서 보면, 작업중지권 행사 원인은 충돌·협착(31%), 추락(28%), 장비 전도(24%)였다. 다들 중대재해로 직접 이어질 수 있어서 80%는 작업 중지로 이어졌다. 폭염이나 폭우, 미세먼지 등 기후 관련 작업중지도 증가세다.
작업 중지권을 행사한 인원은 3년 동안 2만 2648명이었다. 이 가운데 210명은 100건 이상 중복 행사했다. 가장 많은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이는 597건이다. 이들이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는 동안 다른 재해 발생률은 감소했다. 삼성물산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휴업재해율(근로자가 1일 이상 휴업하는 재해 발생 비율)은 2021년부터 매년 15% 가까이 감소 추세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며 산업 현장에서 인식 변화가 감지된다. 삼성물산이 현장 노동자 38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2%가 작업중지권이 안전에 높은 기여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작업중지권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위험 상황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 (67%·2563명),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 (64%·2466명), ‘근로자가 존중받는 분위기 조성’ (23%·868명)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응답자 93%는 다른 건설회사 현장에 가서도 작업중지권 제도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 삼성물산은 작업중지권이 더 활성화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자체 개발한 현장 위험 발굴 애플리케이션인 S-TBM을 전 현장에 확대 적용해 근로자가 쉽게 위험상황에 대한 작업중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은 작업중지권 행사로 발생하는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행여나 공기 지연과 인력 추가 투입에 따른 비용이 부담되면 권리 행사에 소극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위험 상황만 조치하는 것에서 나아가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위험을 예측하고 작업중지를 활용하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다양한 위험 상황을 교육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