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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삼성·SK에 중국내 美반도체 부족 메우지 말라 요청"

김윤지 기자I 2023.04.24 09:18:43

FT "美, 中의 마이크론 제재 대비해 韓에 요청"
美, 동맹국에 '기업 역할'까지 요청은 이번이 처음
尹, 美국빈 방문 앞두고…"난처한 상황 처해"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중국이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중국 내 판매를 금지해 반도체가 부족해질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이 그 부족분을 채우지 말 것을 미국이 한국에 요청했다고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 백악관은 중국이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를 금지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중국 디램 수요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처럼 요청했다. 백악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 국빈 방문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요청이 전달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달 초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에서 판매되는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사이버보안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매출의 25%를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벌어들였다. 판공실은 조사를 마친 후 문제가 있을시 조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으나, 미국 당국과 기업인들은 이번 조사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보고 있다.

한 소식통은 미국의 이 같은 요청에 대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와의 협력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면서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 여부가 미국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하려는 미국의 의도”라고 해석했다.

FT는 “백악관의 요청이 윤 대통령의 미 국빈 방문이란 민감한 시기에 나왔다”면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분야에서 중국과 맞서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을 해왔으나, 동맹국들에 자국 기업의 역할까지 요청한 것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요청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디램 반도체 가격이 떨어진 데다 반도체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출 통제 등 미국의 대중 견제에 이들 업체들도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FT는 “한국이 미국의 요청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윤 대통령은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면서 “그는 최근 ‘무력에 의한 대만 해협의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발언해 중국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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