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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마케팅'까지 나선 카드사…신용대출 평균금리 15%대 올려

노희준 기자I 2022.12.25 15:15:46

금리 인상 자제하다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백기'
중·저신용자 이자부담 커지고 대출받기 어려울듯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카드·캐피털사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올해 처음으로 15%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채권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가 무이자 할부 기간을 축소하는 등 의도적으로 고객 수요를 줄이는 ‘디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1월 여전사 신용대출 금리 평균 15.65%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캐피털사 20곳의 11월 말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단순 평균 15.65%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14.91%)보다 0.74%포인트(p) 오른 수준이다. 여전사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15%대를 넘어선 것은 올해 처음이다. 그간 여전사 신용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폭에 견줘 미미한 수준이었다.

실제 여전사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올해 7월(13.96%)까지도 13%대를 유지했다. 이는 기준금리가 0.50%에 머물던 지난해 8월(13.48%)과 비슷한 수준이다. 외려 일부 여전사는 올해 들어 대출금리를 끌어내리기도 했다. 인터넷 전문은행과의 중·저신용자 대출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하지만 여전사들은 지난 10월 ‘지방정부의 채무 보증 불이행’ 사건인 레고랜드 사태 이후 여전채 금리가 크게 오르자 영업 전략을 보수적으로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여전사는 은행, 저축은행 등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어 여전채나 기업어음(CP)을 통한 자금조달을 하지 못하면 대출 재원을 확보할 수 없다.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여신규모를 예전처럼 계속 확대할 경우 내년 경기침체시 부실채권이 급증하는 위기상황을 맞을 수 있어 몸을 사리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자료를 보면, AA+ 등급 3년물 여전채 금리는 지난 11월 7일엔 6.088%로 연고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정부의 시장 안정화 조치 등으로 지난 22일 5.527%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지난 7월 4.3%대 안팎이었던 수준에 견주더라도 여전히 220bp 정도가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잇따라 신용대출 금리를 끌어올리기에 나서고 있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신용평점(이하 KCB 기준) 601∼700점 고객의 신용대출 금리를 9월 14.65%에서 11월 18.25%로 불과 두달 새 3.60%포인트나 올렸다. 701∼800점도 같은 기간 13.26%에서 16.49%로 3%포인트대를 인상했다. 캐피털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도 801∼900점 고객의 대출금리를 10월 14.71%에서 11월 16.14%로, 900점 초과 고신용자 대출금리는 같은 기간 12.41%에서 14.60%로 각각 1∼2%포인트대를 올렸다.

◇몸사리는 여전사…소비위축 심화할라

여신업계는 자금시장 경색 심화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대형사들이 본격적으로 디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러 고객이 자사 상품을 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금리로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카드사들은 고객을 모집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내놨던 여러 소비자 혜택도 줄인 바 있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지난달부터 대형 유통가맹점, 온라인 쇼핑몰 등과 제휴해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 단축했고 KB국민·현대·롯데·우리카드도 이달부터 무이자 할부 혜택 기간을 크게 줄였다.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여전채 규모는 올해보다 20조원가량 늘어난 74조원에 달한다. 저금리 시절에 낮은 금리로 발행했던 채권을 고금리 시대에 차환해야 하는 상황이라 조달비용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내년 예상되는 본격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대출 부실화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것도 여전사의 대출 확대를 주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정부는 내년경제정책 방향 발표를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국개발연구원(KDI·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한국은행(1.7%) 등보다 낮은 1.6%로 제시했다.

여전사의 신용 대출 금리 인상으로 중·저신용자나 개인사업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대출받기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일부 회사는 신용평점 600점대인 고객을 상대로 법정 한도에 육박하는 금리(19.9%)를 적용하는 등 사실상 일정 신용점수대 밑으로는 대출 영업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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