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이중공업 "가성비에 기술력까지…韓기업 넘어섰죠"[신정은의 중국기업 탐방기]

신정은 기자I 2021.10.04 17:20:55

중국 최대 중장비 제조업에 싼이(Sany)
공장 스마트화, 생산량 두배 급증
동남아 넘어 미주·유럽 시장 진출
"글로벌 기술력 갖춰…수출 약 6조원 목표"

싼이 로고를 달고 제작된 펌프카. 사진=신정은 기자
[창사(후난성)=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 혁명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의 정치적 고향으로 유명한 중국 후난(湖南)성 성도 창사(長沙)시. 중국 최대 민영 건설기계장비 업체 싼이(三一·SANY) 중공업은 이 도시를 대표하는 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업자인 량원건(梁穩根) 회장은 1989년 국영기업들이 장악해온 중공업 시장에 뛰어들어 싼이중공업을 굴삭기 및 펌프카 분야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지난달 27일 창사에 위치한 싼이중공업 본사에 들어서자 큼지막한 중장비들이 웅장함을 뽐내며 줄줄이 서 있었다. 본사 전시장에는 펌프카와 굴삭기, 크레인 등 싼이의 대표 건설기계장비들이 세워져 있었다.

싼이중공업 관계자는 “싼이 제품은 중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 가고 있다”며 “632m의 상하이타워는 물론 828m의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건설에도 모두 우리 제품이 사용됐다”고 자랑했다. 그는 “특히 콘트리트 장비는 이미 전 세계 점유율이 45%에 달하고 중국 내 점유율은 60%를 넘어선다”며 “판매 대수 자체는 많지 않지만 단가가 워낙 높아 효자 제품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싼이중공업 공장 내 모습. 로봇이 자동으로 부품을 조립해 작업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신정은 기자
◇스마트 공장, 생산량 두배 늘

펌프카 공장으로 들어서자 예상과 달리 작업자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 중공업 공장에 갔을 때 기계가 부딪치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던 기억이 있는데 이곳은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멀리서도 대화가 될 정도로 충분히 조용했다. 이 공장은 2019년 7월부터 스마트 공장으로 개조를 시작했으며 지난해 8월부터 1단계 가동에 돌입해 대부분 작업을 기계에 의존하고 있다.

이 공장의 스마트화를 책임지고 있는 장칭빈(蔣慶彬) 싼이중공업 펌프카 사업 부총경리는 “스마트 설비를 갖춘 후 한 달 생산량이 기존 400대에서 822대로 두배 넘게 늘었다”며 “직원 숫자도 67%로 줄일 수 있었으며 1시간 걸리던 펌프카 작업이 45분이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부품 조립 라인에서는 부품 카트를 실은 로봇들이 질서 있게 움직였고 가제트 팔처럼 생긴 노란색 기계들이 분주하게 물건을 조립했다. 작업자들은 옆에서 여유로운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장 부총경리는 “투자를 지속해 점차 스마트화 수준을 높여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콘크리트 펌프카 생산 라인. 작업자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사진=신정은 기자
생산 라인에는 벤츠, 볼보 등 로고를 달고 있는 차량도 보였다. 이들 제조사가 차량을 하부를 제공하면 싼이중공업이 자사의 기계를 얹는 식이다.

장 부총경리는 “과거에는 수입 차량의 하부를 사용하는 경우가 70%를 넘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급망이 차질이 생기면서 자체 기술의 차량 생산을 강화하게 됐다”며 “올해는 싼이 로고를 달고 판매되는 자체 제작 상품이 75%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싼이중공업은 2002년 홍콩 국제금융센터 건설 때 406m 높이로 콘크리트를 올려보내 세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어 2007년과 2014년엔 각각 492m와 620m 높이로 세계 기록을 잇따라 경신했다. 2011년 전체 팔 길이가 86m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긴 펌프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3600t급 크롤러 크레인도 만들었다. 2009년엔 중국에서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굴삭기를 개발했다.

싼이중공업의 성공 비결은 연구·개발(R&D)에 아낌 없이 투자하는 기술혁신이 손꼽힌다.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보다 83.9% 늘어난 32억3000만위안(약 5956억원)을 R&D에 투자했다. 2012년엔 독일 유명 콘크리트 펌프카 업체인 푸츠마이스터를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싼이중공업의 대표 제품들. 사진=신정은 기자
◇“유럽·미주 선진국 시장 노려…올해 수출 약 6조원 목표”

싼이중공업은 최근 해외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 공장이 풀가동에 들어갔다. 새벽까지 공장을 돌릴 때도 있다고 한다. 특히 굴삭기 주문이 올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상반기 해외 판매 매출은 약 두 배(94.7%) 증가한 124억위안(약 2조290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36.47% 오른 671억위안(약 12조4000억원)을, 순이익은 101억위안(약 1조8600억원)으로 17.16% 증가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싼이중공업은 지난해 굴삭기 판매대수가 총 9만8705대로 글로벌 굴삭기 시장 15%를 차지하며 세계 굴삭기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굴삭기와 콘크리트 장비 부문에서 모두 세계 1위를 유지 중이다.

“우리는 이미 한국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브랜드를 대처하는 기술 수준을 갖췄습니다. 중국 시장뿐 아니라 동남아 시장도 장악하고 있습니다. 다음 목표는 유럽과 미주 등 선진국 시장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쉬칭웨이(徐慶僞) 싼이중공업 국제본부 총경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 등 외국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거의 힘을 못쓰고 있다”며 “주요 원인은 현지시장에 대한 이해력 부족과 같은 기술 대비 로컬 기업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장점이 없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쉬칭웨이 총경리. 사진=신정은 기자
쉬 총경리는 “싼이중공업은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이미 글로벌 브랜드를 뛰어넘었고, 수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올해 아시아 시장 수출액 25억달러 포함해 전체 수출액이 50억달러(약 5조9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목표를 밝혔다. 수출 비중은 동남아가 40%, 라틴아메리카 20%, 아프리카 20%, 유럽 미주가 15% 정도씩이다.

쉬 총경리는 반도체 수급 상황에 대해 “전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일정 부분 영향을 받고 있지만 큰 영향은 없다”며 “자동차처럼 중장비에는 많은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고 판매대수도 상대적으로는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에 대해 쉬 총경리는 “펌프카 등을 수출하고 있는데 아주 전망이 좋은 시장”이라며 “그러나 법률적으로 시장을 보호하는 부분이 있어 우리(중국)보다 개방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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