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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국무위원장 추대를 경축하는 ‘중앙군중대회’가 13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포스트 하노이’ 전략을 제시하고 권력 구조 재편을 이뤄낸 직후 경축행사를 통해 ‘김정은 2기 출범’ 분위기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미국에 대화 기조를 보이면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일괄타결식 빅딜’에 대해서는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북미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자력갱생’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경제를 담당하는 내각 총리를 박봉주에서 김재룡 자강도 당 위원장으로 교체했다. ‘버티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 신임 총리는 자강도에 속해 있는 강계 출신으로, 강계는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절 경제난 극복의 메시지인 ‘강계정신’이 도출된 곳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고난의 행군에서 가장 모범을 보인 곳으로 강계를 선전했다. 김 총리의 임명이 미국의 제재에 대항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총리는 평양 군중대회에 ‘2인자’ 최룡해 신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 제1부위원장, 노동당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봉주 등과 함께 나란히 자리했다. 북한 나름대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와 당 전원회의, 이틀간의 최고인민회의 등 대형 정치이벤트를 성대하게 마무리짓는 자리를 마련한 셈이다.
북미 협상 과정을 총괄해온 대미 라인이 자리를 보전하거나 승진한 점은 이어질 북미 협상을 대비한 포석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국무위원회 위원에 재선임하고 최선희 부상도 제1부상으로 승진시켰다. 하노이 결렬이라는 외교적 실패에도 이들에 대한 재신임을 한 것이다.
김 부위원장과 최 부상의 건재는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 부상이 국무위원에 선임되면서 통일전선부에 있었던 북미협상 주도권이 외무성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군부 출신의 김 부위원장보다는 외교관 경력의 최 부상에 보다 유연한 태도가 기대된다. 최 부상이 전면으로 나선다면 스티븐 비건 대북 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가 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