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美에 새 계산법 촉구하며 내부 결속..대미라인 전면 포진

김영환 기자I 2019.04.14 17:38:05

北 ‘김정은 2기’ 결속분위기 고조…평양서 대규모 군중 경축행사
내각 담당 총리 교체로 ‘자력갱생’ 통한 ‘버티기’
김영철 재신임·최선희 승진..대미 라인 남기며 대화 여지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추대를 경축하는 중앙군중대회가 13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 용의를 밝히고 동시에 자력갱생에 기초한 경제건설 의지를 다지며 내부 조직을 개편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대미 협상 라인을 승진시키면서 신임을 드러냈고 한편으로는 경제 사령관을 교체하면서 북미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했다. 지난 11일과 12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회의 이후에는 평양에서 대규모 경축행사를 통해 내부 결속을 강화했다.

14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국무위원장 추대를 경축하는 ‘중앙군중대회’가 13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포스트 하노이’ 전략을 제시하고 권력 구조 재편을 이뤄낸 직후 경축행사를 통해 ‘김정은 2기 출범’ 분위기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미국에 대화 기조를 보이면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일괄타결식 빅딜’에 대해서는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북미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자력갱생’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경제를 담당하는 내각 총리를 박봉주에서 김재룡 자강도 당 위원장으로 교체했다. ‘버티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 신임 총리는 자강도에 속해 있는 강계 출신으로, 강계는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절 경제난 극복의 메시지인 ‘강계정신’이 도출된 곳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고난의 행군에서 가장 모범을 보인 곳으로 강계를 선전했다. 김 총리의 임명이 미국의 제재에 대항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총리는 평양 군중대회에 ‘2인자’ 최룡해 신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 제1부위원장, 노동당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봉주 등과 함께 나란히 자리했다. 북한 나름대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와 당 전원회의, 이틀간의 최고인민회의 등 대형 정치이벤트를 성대하게 마무리짓는 자리를 마련한 셈이다.

북미 협상 과정을 총괄해온 대미 라인이 자리를 보전하거나 승진한 점은 이어질 북미 협상을 대비한 포석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국무위원회 위원에 재선임하고 최선희 부상도 제1부상으로 승진시켰다. 하노이 결렬이라는 외교적 실패에도 이들에 대한 재신임을 한 것이다.

김 부위원장과 최 부상의 건재는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 부상이 국무위원에 선임되면서 통일전선부에 있었던 북미협상 주도권이 외무성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군부 출신의 김 부위원장보다는 외교관 경력의 최 부상에 보다 유연한 태도가 기대된다. 최 부상이 전면으로 나선다면 스티븐 비건 대북 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가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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