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금융위원회는 증권사의 부동산 투자 문턱을 높이고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규제는 풀기로 했다.
금융위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자본규제 개편 최종안’을 발표했다.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과 넉달간의 ‘자본규제 등 개편 TF’를 통해 논의한 결과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9일 마지막 TF회의에서 “이번 개편방안은 자본비율, 예대율 규제, 자산건전성 분류기준 등 금융 유인체계 전반을 점검해 창업·벤처기업 등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1분기 감독규정과 감독업무시행세칙을 개정해 증권사에 대해선 부동산 대출은 죄고, 이 자금이 중소·벤처기업으로 갈 수 있도록 자본비율을 조정키로 했다.
증권사는 순자본비율(NCR)을 100%로 유지해야 하는데 NCR은 자기자본에서 고정자산을 뺀 금액(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시장위험액+신용위험액+운용위험액)으로 나눈 것을 백분율로 표시한다.
금융위는 이런 점을 감안해 부동산 대출에 대해선 분자인 총위험액을 늘리고, 중소·벤처기업 대출에 대해선 이 위험액을 줄이는 방식으로 자본비율을 조정할 방침이다. 부동산 대출시엔 종전보다 NCR 비율이 낮아지고 중소·벤처기업 대출의 경우 NCR비율이 높아지게 되는 셈이다. 55개 증권사의 NCR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평균 600.9%다.
대형IB(투자은행)이나 초대형IB 등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부동산 펀드를 보유한 경우 이를 위험액으로 보고 영업용 순자본에서 차감하기로 했다. 현재는 부동산을 직접 보유한 경우에만 영업용순자본에서 차감하고 사모펀드 등으로 보유할 경우엔 24%까지 위험값을 낮출 수 있는데 단기간 매각이나 환매 가능성이 없는 부동산 사모펀드 역시 직접 부동산을 보유한 것처럼 자본규제를 하기로 한 것이다. 또 장기 부동산 대출(PF 등)에 대해선 위험값(0~32%) 외에 추가로 일정 비율을 가산해 높은 위험값을 매기기로 했다.
다만 증권사의 부동산 대출에 대한 자본규제 강화는 NCR의 급격한 하락 우려 등을 감안해 유예기간을 줄 방침이다. 부동산 펀드를 전액 영업용 순자본에서 차감할 경우 증권사의 평균 NCR이 22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구체적인 위험값 산정과 시행시기는 금융투자업계와 협의해서 정하기로 했다.
반면 증권사의 중소·벤처기업 자금 지원에 대한 건전성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증권사의 코스닥 주식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현행 6~12%에서 5~10%로 하향 조정할 방침이다. 또 적자이지만 성장성 있는 기업이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할 경우 상장주관사가 부담하게 되는 풋백옵션(증권사가 일반청약자가 요구할 경우 공모가의 90% 이상으로 주식 매수하는 의무)에 대해선 주식시장 위험액 산정을 아예 면제키로 했다.
중소기업특화 증권사가 중소·벤처기업 주식을 장기 투자할 경우엔 위험액 가산을 면제키로 했다. 현재는 증권사가 기업 지분을 5% 초과 보유할 경우엔 개별위험값(4~20%)의 일정비율(50~200%)를 추가 가산하는데 이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또 중소·벤처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액도 줄이기로 했다. 영업용순자본에서 대출채권 전액을 차감하던 것에서 신용위험액(0~32%)을 반영해 차등 차감키로 했다.
한편 금융위는 상반기 국회에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제출해 동일인 신용공여 한도(자기자본 25%)제도를 일반 증권사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동일인 신용공여를 산정할 경우 대출이나 어음할인 뿐 아니라 채무보증도 추가키로 했다. 현재 증권사의 채무보증 총 잔액은 26조3000억원인데 이중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이 66.5%인 약 17조5000억원으로 상당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