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상비약, 지사제 등 확대…복지부vs약사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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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훈 기자I 2017.12.10 14:08:25

복지부, "제산제 지사제 늘리겠다"
약사단체, "안전성 문제 있어 전면 재검토하자"
여론 "'밥그릇 빼앗기기 싫다' 솔직하게 말하라"

줄어드는 약국 매출을 높이기 위해 편의점과 결합한 약국.(사진=강경훈 기자)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파는 상비약 종류를 늘리자는 주장과 안전성 및 관리 문제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작 소비자들은 “고래싸움에 새우등만 터지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정심의위원회는 이달 중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약 종류를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제6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를 통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약 품목을 기존 해열진통제와 감기약 등에 이어 지사제와 제사제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편의점 상비약 판매는 지난 2012년 시작됐다. 일반의약품 중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쓰는 약이면서 비교적 안전성이 밝혀져 환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약을 중심으로 품목이 정해졌다. 현재는 해열진통제 5종, 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파스 2종 등 13개 품목이 편의점 상비약으로 팔리고 있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된 초기부터 수요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상은 고려대 산학협력단 교수가 지난해 6~11월 진행한 기초연구에서 편의점 상비약 구매비율은 2013년 14.3%에서 2015년 29.8%로 2배로 늘었다. 품목에 대해서는 적절하다(49.9%)와 늘려야 한다(43.4%)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최 교수의 보고서는 해열진통제, 감기약 품목 수를 늘리고 화상연고, 인공누액, 지사제, 알레르기약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해부터 품목 조정을 검토해 올해 2월 시민단체와 약학회, 의학회, 공공보건기관 등의 추천을 받아 10명으로 구성된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몇 번의 회의 끝에 이달 4일 열린 5차 회의에서 지사제와 제산제를 품목에 추가하고, 소화제 중 부작용 신고가 많은 2개 제품은 제외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최종 표결을 거쳐 복지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일만 남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한약사회 측이 강하게 반발하며 결국 결정을 못 내리고 이달 중 6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강봉윤 대한약세회 정책위원장이 자해를 시도하는 일도 벌어졌다. 약사회 측은 “박근혜 정부가 위촉한 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국민 건강과 안전은 외면하고 재벌 이익을 대변하는데 급급하다”며 “상비약 안전성 문제와 관리부실 등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위원회가 품목확대를 기정사실화하며 회의를 요식행위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약사회에 따르면 편의점 상비약 도입 후 부작용 보고건수가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의 주성분) 부작용으로 6명이 사망했고 교육을 받지 않은 종업원이 약을 파는 편의점 불법 비율이 72.7%에 달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약사회 측이 자신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정책 결정과정을 무시하고 비상식적이고 극단적인 실력행사로 논의를 방해하는 행위는 납득할 수 없다”며 “정부는 더 이상 직역 이기주의에 흔들리지 말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주말과 심야시간에 약을 사기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사제, 제산제, 항히스타민, 화상연고 등에 대한 편의점 판매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론도 약사회에 호의적인 상황은 아니다. 약사회 측이 안전성 문제를 주장하지만, 결국 밥그릇을 빼앗기기 싫은 약사들의 이기주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복지부와 약사회 대립에 제약업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규제기관인 복지부와 고객인 약사 사이의 논란이라 일단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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