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그리스의 운명이 갈림길에 섰다. 국민투표를 기점으로 그리스 여론은 둘로 갈라졌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결속력도 시험대에 오르며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제사회에서는 그리스를 정상화하려면 지금과는 다른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그리스는 5일(현지 시간) 국제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을 놓고 국민투표를 치렀다. 이 과정에서 그리스 민심은 연령과 계층, 긴축 영향에 따라 정확히 양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으로 누가 집권하든 간극을 메우기 여려울 것이라고 점쳤다. 그리스 내부뿐 아니라 유럽의 결속력도 헐거워졌다.
그리스의 반(反) 긴축 시위가 벌어진 현장에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에 대해 “지난 5년간 우리 피를 빨아먹은 자”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강력한 긴축을 요구하는 독일에 대한 반감이 여과 없이 드러난 것이다. 반면 독일 언론들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를 ‘착취자’, ‘비겁자’ 라고 부르고 있다.
국민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와도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이 투표 종료후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지원 여부를 논의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는 상황이지만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은 상황이 펼쳐질 전망이란 게 지배적이다.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이 깨진 뒤 자본통제가 이어지면서 그리스 체력도 허약해졌다. 그리스 은행이 돈을 구하지 못하면서 유동성은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경제에 동맥과 같은 은행 시스템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뜻이다. 설상가상으로 설탕과 밀가루와 같은 기본 식료품과 약품도 빠르게 고갈되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채권단의 접근 방법이 기존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이 긴축을 통해 경제를 살리는 방식보다는 빚을 줄여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저명 경제학자인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기고전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를 통해 “이번 위기에 대한 접근법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IMF도 만기연장을 통한 부채경감이 없으면 그리스가 부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