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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은 이날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의 새 안보 구상’이란 주제로 연설하며 대만 문제와 관련해 양보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 문제로 핵심이익 중 핵심”이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빈 껍데기로 만들려는 어떤 행위도 터무니없고 위험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누가 대만해협의 긴장을 조성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외세에 의지해 독립을 도모하려는 대만과,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제압하고 내정에 간섭하려는 외부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리 부장은 또 “중국은 반드시 대만을 통일할 것이며 누구든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하려 한다면 중국군은 주권과 영토를 보전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우리는 최대한의 성의와 노력으로 평화통일을 원하지만, 무력 사용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이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대만해협 및 남·동중국해 문제, 국방장관 회담 무산과 관련해 중국 탓으로 책임을 돌린 이후에 나온 발언이다. 앞서 오스틴 장관은 전날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 유지에 전세계의 이해가 걸려 있다. 대만해협에서의 충돌은 치명적일 것”이라며 “세계 경제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또 남·동중국해와 관련해 “중국이 일본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며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에서 모든 국가가 자유롭게 항행, 작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양국 군 사이의 위기관리를 위해 더 나은 방법을 찾기를 꺼리고 있어 깊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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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은 설전을 벌이면서도 대화 가능성은 열어뒀다. 리 부장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양국 관계를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준다”며 “교류와 협력으로 이견을 해소하고 각국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역사가 거듭 증명하듯 양국이 협력해야 서로에게 이롭다. (반대로) 양국이 싸우면 (전 세계) 모두가 상처를 입는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강조한 미중 관계 3대 원칙인 ‘상호존중·평화공존·협력상생’을 강조했다. 그는 “세 원칙이야말로 중국과 미국이 올바르게 지내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국무부도 3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4∼10일 중국과 뉴질랜드를 방문한다면서, 그가 세라 베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 국장과 베이징을 방문해 양자 관계 주요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이 재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미국과 중국이 샹그릴라대화에서 공방전을 벌이는 도중 대만해협에서는 군사적 긴장 국면이 조성되기도 했다. 미 해군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이 3일 대만해협을 통과하자 중국 해·공군 병력이 근접거리까지 접근해 감시·경계 활동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