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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56분에 등장한 조윤제, 서영경, 신성환 위원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표정으로 기자들과 눈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57분께 이창용 총재가 회의장에 들어섰다. 보랏빛 와이셔츠와 넥타이 깔맞춤을 한 이 총재는 취재진의 요청에 의사봉을 여러 차례 두드렸다. 그 어느 때보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 이 총재는 침묵이 불편한 듯 “저희는 회의를 몇 번 했는데 기자분들이 (두 분을) 보시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본인에게 카메라 세례가 계속되자 “저보다는 새로 오신 두 분을 찍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금통위는 한은 신축 본관에서 처음 열리는 회의인데다 장용성·박춘섭 금통위원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더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기준금리가 연 3.5%로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이날의 관심은 금리 결정보다는 이창용 총재의 메시지로 모아진다.
이 총재가 지난 4월 11일 금통위에서 단기 금리의 과도한 하락세를 경계하는 발언을 한 이후로 한은의 통화안정증권 발행 등이 급증하고 단기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91일물 양도성 예금증서(CD)는 3.73%까지 올라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만기가 같은 통안채 금리는 3.467%로 12일 이후 연속 상승했다.
이에 금융시장에선 향후 통화정책의 가늠자로 한은의 공개시장조작을 주목한다. 한은이 단기자금시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를 보고 통화정책의 방향을 점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작년말 레고랜드 부도 사태로 얼어붙었던 단기자금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연초 ‘금융안정’에 방점을 찍었던 통화정책이 최근엔 단기자금을 타이트하게 관리하면서 ‘물가안정’쪽으로 옮겨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기저효과로 빠르게 3%대로 진입했지만 통화정책이 영향을 미치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물가는 석 달 째 4%를 유지하며 더디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와 금융안정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수록 금리 동결 기간은 길어질 것이다. 금리 동결 기간이 길어진다면 이 총재 말의 무게는 더 커진다. 우여곡절 끝에 입주한 새 건물에선 좀 더 분명하고 명확하게 한은 총재로서의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새 건물의 위엄 때문인지 이 총재 뒤로 보이는, 1950년 6월 금통위 현장을 재현한 그림이 유독 더 커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