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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투쟁으로라도 민생 지킬 의무”
한국당은 27일 국회에서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비리 규탄대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한국당은 지난 24일 문재인 대선 캠프 특보 전력 논란 중인 조해주 중앙선거관리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임명 강행에 반발해 국회 보이콧을 택했다. 이와 함께 ‘5시간 30분 릴레이 단식’을 진행 중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규탄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1년 7개월간 법치주의 근간을 차례차례 허물어왔다”면서 “과거 정부의 모든 일을 적폐로 몰아놓고 마구잡이로 감옥을 보냈다. 중앙선관위 상임위원마저 선거 캠프 특보를 청문회 없이 버젓이 임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협상으로 할 수 없다면 투쟁으로라도 진실을 알리고 민생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의무가 있다”며 보이콧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론은 한국당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이유는 투쟁의 진정성이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의 ‘드루킹 특검’ 관철 단식과 손학규 바른미래당·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요구 단식처럼 굶는 행위는 정치권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세계 정치사에서도 보기 드문 5시간 30분 릴레이 단식은 ‘딜레이 식사’, ‘웰빙 단식’, ‘투쟁 아닌 투정’이란 꼬리표부터 “난 매일 단식을 3번씩 한다(우원식 민주당 의원)”, “국민이 웰빙당이라는 치욕스런 별칭을 붙이고 있는지…(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등 비아냥만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2주 전까지는 임시국회 소집을 주장하다 돌연 보이콧을 선언하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국회 내에서 보이콧을 바라보는 시각도 부정적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한국당의 보이콧은)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것”이라며 “악착같이 회의를 소집하고 상임위를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적 훈수를 뒀다. 선거제 개편 논의에 갈 길 바쁜 바른미래당도 보이콧을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정부여당을 비판하면서도 “한국당은 국민들의 조롱거리를 3일을 넘기지 말고 당장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치원3법·임세원법 등 줄줄이 대기
더 큰 문제는 민생. 현재 국회에는 사립유치원 투명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 체육계 성폭력·폭력 근절 법안,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법안,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임세원 교수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임세원법’ 등 각종 민생 법안 줄줄이 대기 중이다.
여기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의 개념에서부터 지원·보호 정책 등을 포괄적으로 담은 소상공인·자영업 기본법, 공정거래법, 빅데이터 경제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민생경제 법안도 처리해야 할 현안이다. 이에 더해 군소 야당은 선거제 개편 처리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법상 짝수달인 2월에는 임시국회가 자동 소집된다. 하지만 설 연휴와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단의 방미(2월 11∼17일) 일정 등을 고려하면 실제 국회가 문을 여는 기간은 2주 남짓밖에 안 된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의 보이콧이 설 연휴를 넘기지는 않을 거라 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국당의 보이콧은 “설 밥상 민심 잡기용으로 보인다”면서 “이후에는 보이콧을 해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한국당의 투쟁 방식도 비판했다. 그는 “단식은 비장함을 줘야 하는데 5시간 반 릴레이 단식은 1년 내내도 할 수 있다”며 “이제 와서 제대로 된 단식을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조롱만 듣다가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