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문자메시지 한통을 받았다. 국내 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해온 지인이 보낸 뜻밖의 메시지였다. 새삼 그와 함께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유독 소주를 좋아했고 에쎄보다 독한 디스를 즐겨 피웠던 사람. 기업 임원과 기자로 만났지만 늘 큰 형같이 자상해 비단 기자뿐만 아니라 주위의 존경을 한몸에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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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 재계는 인사 칼바람으로 그 어느 때보다 냉혹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특히 올해 정기 임원인사는 문책성 인사가 두드러졌다. 오죽하면 “승진도 바라지 않는다. 살아남기만 했으면 좋겠다”란 말까지 나올까. 살아남는다면 언제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지만 밀려나면 그 희망마저 사라지기 때문이다. ‘상무님, 전무님 밤새 안녕하십니까’란 말은 그저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이달 초 삼성그룹을 시작으로 연일 이어진 올해 인사의 특징은 경기불황을 극복하려는 기업의 자구책으로 보인다. 대대적인 물갈이와 감원을 예견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삼성그룹의 경우 400여명의 임원이 옷을 벗었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그저 소문만이 아니었다. 실제 승진한 임원보다 그만둔 임원이 몇 배나 많았다. 최고경영자들은 조직안정이란 명목 아래 자리를 지켰지만 그 여파는 고스란히 상무·전무 등 임원이 짊어졌다.
심지어 부장·차장까지 실직자로 내모는 고육책도 마다하지 않았다. 조직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는 하지만 남은 자와 떠난 자의 희비는 일순간에 교차했다.
얼마 전 만난 A그룹 한 임원은 “이번에는 살아남았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언제 그만두라고 할지 모르겠다”며 “회사 일에 치여 사회에 나갈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데 애들은 어리고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40대에 몇 번이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고 싶었지만 생계를 책임진 가장의 선택은 모험보다는 안정일 수밖에 없었다. 부장이 되고 임원이 된 후 언제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은 늘 마음 한곳에 박혀 있었다. 올해는 넘겼다지만 내년에도 무사할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불황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내년에는 더 어렵다고 한다. 실적을 물어 회사를 떠나게 될 임원은 내년에도 쏟아질 것이다. 승진잔치에 가려진 이들의 안부가 걱정된다.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는 이들이 겪을 사회가 녹록지 않을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생계의 현장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창업이든 재취업이든 무엇하나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영화 ‘인턴’에서 주인공 로버트 드니로는 70대에 ‘시니어 인턴’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한다. 40여년 가까이 직장에서 근무하며 부사장까지 지냈다면 성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밀려오는 공허함이 그를 외롭게 했고 기꺼이 다른 인생을 선택하게 했다. 칠순에 인턴사원을 지원한 동기에 대해 그는 “돈이 전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쓸모 있는 사람임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몸바쳐 일하던 직장을 떠나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이들이 로버트 드니로와 같은 생각이었으면 한다. 그동안의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내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임을 스스로와 남에게 다시 느끼게 할 수 있길 바란다. 이들이 흘린 지난 몇십년의 땀방울이 미래 대한민국에서도 영롱한 빛이 되리란 걸 누구도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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