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러시아가 사실상 경기 침체에 들어선 가운데 경제 파산 우려가 현실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방송 CNBC에 따르면 러시아 국채수익률과 흔히 국가부도 지표로 쓰이는 국채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가산금리(스프레드)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0년 만기 러시아 국채 금리는 이날 하루새 14bp(0.14%포인트) 오른 10.9%를 기록했다. 5년 만기 국채 CDS 스프레드는 354.4 bp를 기록하며 5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헤지펀드사인 케스식 캐피털의 알렉스 턴불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적절하게 팔 시기를 놓친 금융상품을 지금이 팔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심리가 시장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통화가치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루블화는 올들어 달러 대비 60% 가량 가치가 떨어져 현재 1달러 당 52.99루블에 거래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조만간 루블화 가치 지지를 위해 추가 개입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앙은행이 개입하더라도 통화가치 하락을 막는데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러시아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가치가 달러대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3일 루블화 방어를 위해 7억달러를 팔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외환시장 개입 내용을 즉각 밝힌 것은 이례적으로 그만큼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고 러시아 당국이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르네상스 캐피털의 올레그 쿠즈민 스트레티지스트는 “루블화는 중앙은행이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더욱 강력한 정책을 짜내야 할 만큼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 침체가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면서 러시아의 최대 ETF(상장지수펀드)에서 자금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마켓벡터 ETF에서 2일 하루만에 2270만달러를 빼냈다. 지난 7월 중순 이후 하루 유출 금액으로 최대 금액이다.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지난달 사상 최대 자금을 모았던 이 펀드는 지난달 28일 석유수출기구(OPEC)의 감산 결정 등의 여파로 자금이 가파르게 빠지고 있다.
올레그 포포브 알리안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은 러시아의 경제 성장이 위축될 것이고 따라서 그들이 투자했던 회사들의 성장도 위축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서방의 경제재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에너지 생산이 재정 수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가로서 최근의 유가 급락이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2일 러시아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앞서 1.2% 상승에서 0.8% 감소로 하향 조정하면서 사실상 러시아가 경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판단도 투자 심리 위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러시아가 경기 침체를 겪는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5년만에 처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