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전미영기자] 실리콘밸리의 태양이 저물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정보기술(IT) 붐을 이끌었던 실리콘밸리가 IT산업을 이끄는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IT의 키워드가 "혁신"(innovation)에서 "실행"(execution)으로 변화하고 IT산업의 글로벌 체인화가 진행됨에 따라 실리콘밸리의 영향력이 급속히 축소되고 있다고 19일자 최신호에서 전했다.
잡지에 따르면 현재 실리콘밸리의 모습에선 IT 열기를 느낄 수 없다. 곳곳에 사무실 임대 간판이 내걸린 사이로 다람쥐와 너구리가 뛰어 다니고 있어 "산업 황무지"를 연상시킨다. 산타클라라 시의 사무실 절반이 비어 있고 2000년 후반 평당 6.50달러였던 임대료는 1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일부 업체들은 청소비 같은 용역비라도 줄여볼 작정으로 빈 공간을 공짜로 재임대하고 있다.
신생업체들이 버티지 못하고 속속 문을 닫고 있을 뿐 아니라 선마이크로시스템즈와 같은 실리콘밸리 소재 대기업들 역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연 40%대 성장률을 자랑했던 선마이크로와 시스코시스템즈는 실적 악화로 궁지에 몰려 있고 밸리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업체 시벨시스템즈도 SAP과 같은 대형 경쟁사에 밀리고 있다. "실리콘밸리=혁신과 첨단"이란 공식이 더 이상 먹히지 않고 있는 것.
실리콘밸리의 쇠퇴는 대형 IT기업들의 기술 해외이전 러시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만 보더라도 최근 SAP과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가 잇따라 인도에서의 사업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로선 IT 해외진출 러시가 낮은 인건비를 염두에 둔 경비절감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이 같은 추세가 장기적으로는 IT산업의 글로벌 체인화를 시사하고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컨설팅업체 오붐홀웨이의 분석가인 필 코들링은 IT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산업도 현재의 하드웨어 생산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체인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리콘밸리가 내세우는 혁신기술 보다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와 기술의 정교화가 더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실리콘밸리 앞에 "IT의 고도(古都)"로 전락할 운명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1980년대 개인용컴퓨터(PC)가 일상용품으로 변하면서 부가가치가 떨어지자 선마이크로와 같은 밸리 기업들은 더 정교한 시스템인 워크스테이션 개발로 활로를 뚫었던 경험이 있다. 이 잡지는 "실리콘밸리는 대형 산불로 나무들이 모두 불탄 자리에서 새롭게 돋아나는 새싹에 자신들을 비유하며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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