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는 “멕시코에서 K뷰티 반응이 좋다”며 “5년 안에 10배 이상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현지 시장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웃음이 오가던 대화는 김 대표가 “멕시코가 최근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한 것이 부담”이라고 말하면서 현실적인 문제로 넘어갔다.
이 대통령은 진지한 표정으로 “관세가 어느 정도 올랐느냐”고 물었다. 김 대표가 “10% 정도 올랐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답했지만 주변 소음에 묻혀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 ‘10배 성장’이라는 기대와 높아진 관세에 대한 부담이 한 부스 안에서 엇갈렸다.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김 여사와 함께 멕시코시티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린 K-엑스포를 찾았다. 전시장에는 화장품과 식품, 가전제품부터 한국어 교육 콘텐츠까지 한국의 제품과 문화가 한데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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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은 기업 간 거래(B2B) 부스 앞에서 이 대통령과 악수한 뒤 “중소기업의 중남미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참여 기업과 행사 현황을 설명했다. 강 사장은 “어제 하루에만 34건, 1250만달러 규모의 계약이 이뤄졌다”며 “오늘까지 진행하면 더 많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이 “K뷰티와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K패션은 어떤가요”라고 되물었다. 한류의 열기가 화장품과 콘텐츠를 넘어 의류 등 다른 소비재 시장으로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를 살핀 것이다.
네이버 에듀테크 계열사인 케이크의 부스에서는 BTS가 한국어 선생님으로 등장했다. 정석교 케이크 부대표는 언어 변환 기능을 시연하며 “전 세계 팬들이 BTS 목소리로 한국어를 공부한다”며 “노래 가사와 요리법을 통해 한국문화와 한국어를 배울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는 화면을 유심히 지켜보다 “가격은 얼마인가요”라고 물었다.
이 대통령 부부는 농심 부스에서 해외시장을 겨냥해 만든 볶음면도 맛봤다. 농심 측은 멕시코 소비자들이 매운맛을 잘 받아들여 한국 라면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곳곳에서 한류는 ‘좋아하는 문화’를 넘어 ‘구매하는 상품’으로 모습을 바꾸고 있었다. 그러나 기업들이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시장의 가능성만이 아니었다.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LG생활건강도 현지 사업의 주요 현안으로 관세를 꼽았다. 유지석 LG생활건강 미국법인 마케팅 부문장이 두피 관리 제품을 소개하다 “두 분은 아직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하자 이 대통령 부부는 웃었다. 하지만 유 부문장이 관세 문제를 꺼내자 이 대통령은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들었다.
BTS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화장품으로 피부를 관리하는 모습은 멕시코 일상으로 파고든 한류의 폭을 보여줬다. 다만 이런 관심이 기업의 매출과 투자로 이어지는 길에는 여전히 관세라는 문턱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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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는 올해부터 한국 등 무역협정 미체결국에서 들여오는 1400여개 품목에 5∼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자동차·부품과 철강, 가전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도 포함됐다. 한국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도 관세가 가격을 끌어올리면 시장 확대에는 한계가 생긴다. K-엑스포에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잇달아 관세 문제를 꺼낸 이유다.
이 대통령은 전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우리 기업의 관세 부담을 직접 제기했다.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정리한 자료를 토대로 관세 인상과 관세 면제·환급 절차 지연 문제를 하나씩 짚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모두 수락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사안은 살펴보거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전했다.
K-엑스포에서 나온 기업들의 관세 호소는 이에 앞서 같은 건물에서 열린 한·멕시코 비즈니스포럼에서 이 대통령이 무역협정 재개를 촉구한 배경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행사장에는 양국 정부와 경제계 관계자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한국 측에서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구광모 LG 회장, 구자은 LS 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 기업인 51명이 참석했다. 멕시코에서도 연방정부와 주요 주 정부, 경제단체 관계자 등 27명이 자리했다.
이 대통령은 비즈니스포럼 축사에서 “눈부신 협력 성과에도 양국의 경제 관계가 아직 포괄적인 무역협정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글로벌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짙어지는 지금 기업들이 안심하고 사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더욱 안정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의 상호 보완적인 산업구조를 고려하면 무역협정이 경제협력을 한 단계 높일 기반이 될 것이라며 관련 논의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를 비롯한 북미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USMCA를 비롯한 북미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은 분명한 도전”이라면서도 “양국 기업이 손을 맞잡는다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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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쟁점은 자동차 원산지 기준이다. 미국은 관세 혜택을 받는 자동차에 미국산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멕시코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산 부품을 멕시코에서 가공·조립한 뒤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도 협상 결과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국은 USMCA 협상 결과를 지켜보는 동안 국장급 공동위원회를 가동해 무역·투자·산업 협력을 확대했을 때 얻을 이익을 검토하기로 했다. FTA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이보다 낮은 단계의 무역체계까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비즈니스포럼이 양국 경제협력의 청사진을 제시한 자리였다면 이어진 K-엑스포는 그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보여준 현장이었다. BTS 콘텐츠와 K뷰티, 매운 라면은 이미 멕시코 소비자의 마음을 열었고 실제 계약으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기업들이 잇달아 꺼낸 관세 부담은 문화적 호감만으로 시장의 문까지 열 수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양국이 신설하기로 한 국장급 공동위원회에서 관세와 현지 부품 조달, 투자·공급망 협력의 구체적인 손익을 계산하는 일이 첫 과제다. 이 대통령은 포럼에서 “양국 정부가 관련 논의를 조속히 재개해 기업인들의 도전을 뒷받침할 호혜적인 협력 기반을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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