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시행 코앞…글로벌 완성차 '초긴장' 모드

이다원 기자I 2024.12.29 13:53:23

EU, 내년 車 탄소배출 목표 15% 감축
완성차 제조사 ''전기차 전환'' 속도전
VW, 내연기관 생산 줄이며 대응 불가피
현대차·기아, 전기차·하이브리드 확대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내년 시행할 유럽연합(EU)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사진=AFP)
2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EU는 내년부터 유럽에서 신차를 판매할 시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한선을 1㎞당 93.6g으로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기존 110.1g/㎞에서 약 15% 감축된 수준이다.

특히 이번 규제는 유럽에서 연간 1만대 이상의 신차를 판매하는 완성차 제조사를 대상으로 적용된다. 완성차 제조사 대부분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므로, 전기차 전환이 완성차 시장 생존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완성차 업계는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전환에 성공한 브랜드와 그렇지 못한 브랜드 간의 격차가 내년부터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과 배출 규제 대응 능력에 유럽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가 달려있는 셈이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전환에 준비가 잘 됐고 지역별 판매 다변화가 잘 된 회사의 차이가 2025년 드러날 전망”이라고 했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더딘 폭스바겐은 유럽 규제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전기차 생산 물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내연기관차 생산 자체를 줄여야 한다. 김 연구원은 “가장 쉬운 방법은 생산량 축소로 내연기관차 물량을 조절하는 방법”이라며 “소형 내연기관 세단 등 수익성 낮은 차량이 단산 대상이 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BMW, 볼보 등 전기차 전환에 적극적인 유럽 브랜드와 현대차·기아 등은 규제에 맞춰 수익성을 개선할 것으로 점쳐진다. BMW는 전기차 판매 비중을 꾸준히 높이며 유럽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볼보 역시 EX90 등 전기차 신차를 선보이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하이브리드 차량과 전기차 신차를 통해 규제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유럽에서의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와 기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각각 111g/㎞와 104g/㎞ 수준이다. 내년 유럽 시장에서 선보일 전기차 신차 등을 포함하면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내년 현대차·기아는 유럽에서 전기차 신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다. 기아는 EV3에 이어 EV4, EV5 등 전기 승용차와 PV5 등 전기 상용차 출시를 예고했다. 현대차는 대형 전기차인 아이오닉 9 글로벌 출시를 예고했고,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등 전기차 라인업을 촘촘히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기차 전환이 완성차 업계 생존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현대차·기아는 유럽에서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판매를 늘리며 규제에도 대응하고, 수익성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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