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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AP통신,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이탈리아 로마, 독일 베를린과 함부르크,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튀르키예 이스탄불 등 미국과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이날 가자전쟁 휴전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됐다. 아시아에서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및 수라바야, 필리핀 마닐라, 일본 도쿄 등지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열렸다.
지역은 다르지만 시위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전쟁을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로 규정하고 “당장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P통신은 각지에서 최소 수백명 많게는 수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면서, 주말 내내 시위가 계속되고 전쟁 1년을 맞는 7일에는 규모나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런던에선 약 4만명이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라” 등이 적힌 피켓이나 플래카드를 들고 총리 관저가 위치한 다우닝가로 행진했다. 파리와 베를린에서도 수천명이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을 규탄했다. 미국과 런던에선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는 자국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부분의 시위는 평화로운 행진으로 진행됐으나, 일부 지역에선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경찰 또는 다른 시위대와 충돌을 빚기도 했다. 약 6000명이 참여한 로마에서는 시위대 중 일부가 “팔레스타인 해방, 레바논 해방”을 외치며 허가받지 않은 도심으로 진입을 시도하다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들에게 최루탄과 물대포를 맞았다. 이에 시위대는 검은색 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경찰에 돌, 유리병 등을 던지며 맞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소 30명의 경찰과 시위 참가자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런던에서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와 반대 시위대가 충돌해 일부 참가자들이 몸싸움을 벌였으며, 최소 17명이 체포됐다. 필리핀에선 마닐라 주재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수십명이 이스라엘 지원에 대해 항의하다가 경찰과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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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도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을 옹호하는 시위가 벌어졌으나, 서방 국가들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팔레스타인 출신이 국민의 60%를 차지하는 요르단에서는 사망한 하마스와 헤즈볼라 최고지도자들을 순교자로 묘사하며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체결한 압둘라 2세 국왕을 압박했다. 요르단은 주로 미국과 세계은행의 원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동맹인 이스라엘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은 대다수 중동 국가들도 이란에는 적대적이지만, 국민들 사이에선 같은 이슬람 문화권인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대한 지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동 내 강대국들은 이 지역에서 이란의 세력이 약화하는 것을 반기고 있지만, 가자지구나 레바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아랍의 봄과 비슷한 시위가 재점화할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제사회에서도 일부 주요 지도자들이 가자전쟁 1년을 앞두고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오늘은 국제사회가 인질 납치를 포함한 하마스의 끔찍한 행위를 다시 한번 큰 목소리로 규탄하는 날”이라면서도 “이제는 총기를 내려놓고 지역을 뒤덮은 고통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마스가 납치한 이스라엘 인질들을 조건없이 당장 석방해야 한다며 “충격적인 폭력과 유혈 사태를 즉각 종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도 지난 1일 자국 라디오 방송인 ‘앵포’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사용할 무기에 대한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