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누구나 한번쯤 어르신들이 ‘무릎이 시리고 욱신욱신 쑤시다’며 비를 예견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단순히 어른들의 입버릇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관절은 기압과 습도, 온도 변화 등 환경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도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무더위가 지속될 땐 일사병이나 열사병과 같은 온열 질환 등에만 신경 쓰기 쉬우나, 관절 건강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장맛비와 에어컨 사용이 관절 통증에 영향
관절염은 관절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흔히 찬 바람 부는 겨울철 단골 질환이라 생각되기 싶지만 여름철도 예외는 아니다. 고온 다습한 날씨와 과도한 냉방 등으로 인해 대기와 관절 내부의 압력이 서로 평형을 유지할 수 없어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물론 계절적 요인이 관절염 발생과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으나, 통증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마철에는 대기압이 낮아지는 반면 관절 내부의 압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져 염증 부위가 부어오르면서 통증이 악화된다.
국제생물기상학저널에 실린 호주 라트로브대에서 날씨와 관절염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살펴본 연구에 따르면 관절염 환자 92%는 장마철에 관절 통증이 악화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무더운 날씨에 실내에서 가동하는 냉방기의 찬 바람 또한 근육과 인대를 경직시키고 관절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관절액을 굳게 해 관절염에 영향을 미친다.
◇퇴행성 관절염 여성이 남성에 비해 2~3배 많아
관절염 중 가장 흔한 퇴행성 관절염(골관절염)은 여성의 평범한 일상을 앗아가는 대표 질환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2~3배 가량 높은 발생률을 보이며 일상적인 활동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퇴행성 관절염으로 병원을 찾은 이들이 2011년에 비해 13% 증가한 약 380만 명에 달한 가운데, 이 중 여성 환자가 약 70%를 차지했다. 또한 전체 여성 환자 중 50대 이상이 약 90%를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50대 이상의 중년 여성들이 퇴행성 관절염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여성 환자 수가 40대에서 50대로 넘어가며 약 3배 가량 높아졌고, 60대가 78만 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70대가 71만 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중년 여성이 퇴행성 관절염에 취약한 주원인 중 하나로 폐경에 의한 여성 호르몬의 분비 감소를 꼽는다. 여성 호르몬이 줄어들면 관절 연골이 약해지고 골밀도가 낮아져 상대적으로 연골이 손상되기 쉽다. 또한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근육량이 적어 같은 강도의 충격이라도 관절에 더 큰 무리를 줄 수 있다.
다만 젊은 환자도 안심은 금물이다. 실제 2015년 기준으로 30~40대 여성 환자도 26만 명에 달했다. 직업 특성상 또는 육아나 가사노동과 같이 관절에 무리가 갈 만한 일을 많이 한다거나 스포츠 활동을 즐기면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다. 특히 전업 주부의 경우 쪼그리고 앉은 자세로 장시간 집안 일을 하고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걷는 일이 많은데 이는 무릎 관절에 악영향을 준다.
◇증상 비슷해 보여도 질환 달라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마모되면서 생기는 만성 질환으로, 주로 무릎, 어깨, 척추와 같은 큰 관절에 발생하고 증상이 비대칭적으로 오는 것이 특징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유사한 통증을 보여 또 다른 종류의 관절염인 류마티스 관절염과 혼동하기 쉽다. 다만 발생 원인은 물론, 통증 발생 부위와 시기 등이 전혀 다르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자가면역질환으로 통증이 주로 손·발가락, 손목, 무릎 등 말초 관절에 발생하며, 관절뿐 아니라 피로감, 발열 등의 전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증상이 비대칭적으로 오고 대개 저녁 때에 증상이 심해지는 반면, 류마티스 관절염은 증상이 대칭적으로 나타나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뻣뻣함이 심하게 느껴진다. 간혹 퇴행성 관절염을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과 혼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통증 유무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통증이 느껴진다면 골다공증이 아닌 퇴행성 관절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 연골의 퇴행성 변화에 의해 발생되므로 한 번 손상된 관절은 완전히 회복시킬 수는 없다. 때문에 평소 관절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고,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추려면 조기 발견을 통한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생활습관 개선이나 약물요법 등의 보존적 치료나 수술적 치료를 통해 통증을 경감시키고 관절의 기능 유지, 변형을 방지한다.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유재두 교수는 “관절염은 여성 환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대표적인 여성 질환 중 하나이다. 다만 가족들 챙기기에 바쁜 중년 여성 환자들의 경우 통증을 참다가 병을 키우는 사례가 많은데,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의 연골에 병이 오는 것으로 한번 관절의 연골을 다치면 재생이 안 되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필수적이다”라며 “관절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고, 유형에 따라 치료법 및 관리법이 상이하므로 의료진의 문진을 통해 치료 및 관리법 등을 안내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