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소송 3차공판…흡연과 폐암 인과관계 공방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이른바 담배 소송에서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둘러싼 공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6일 건보공단이 담배회사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세 번째 변론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앞서 건보공단은 지난해 4월 흡연으로 인한 폐암 발생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손실을 입었다며 국내 유통 중인 담배 제조사를 상대로 537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건보공단은 국제역학회지 편집위원인 강영호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의 의견서를 바탕으로 ‘흡연과 폐암의 인과성’은 과학적으로 명백하게 밝혀진 사실이라고 주장할 계획이다. 강영호 교수는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담배 연기에는 일산화탄소, 비소, 카드뮴, 수은, 납, 포름알데히드, 다이옥신, 벤조피렌, 청산가리 등 7000가지의 위해 물질이 포함됐다”며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마치 화재현장을 들락날락하며 숨을 쉬는 것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담배 연기 속의 위해 물질이 일차적으로 접촉하는 기관이 폐이기 때문에 흡연이 폐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 건보공단의 주장이다. 건보공단은 주장의 근거로 해외사례를 제시한다.

1986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의 보고서에 따르면 폐암의 주요 원인이 궐련 흡연임을 확정했다. 흡연기간이 길고 흡연량이 많은 인구집단에서 발생하는 폐암 중 90%가 궐련 흡연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의학저널(NEJM)의 2013년 자료에도 50년간 미국 흡연관련 사망률 경향을 분석한 결과 흡연이 남녀 모두에서 폐암 사망률을 25배 정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담배회사 측은 역학적 연구는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통계적 연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개별 환자의 질병 원인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반론하고 있다. 흡연으로 인한 폐암의 발병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고, 장기간 흡연했다고 모든 흡연자에게 폐암이 발병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을 들어 개별 흡연자별로 흡연력, 발병경위, 진료기록 등에 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상철 공단 이사장은 “공단의 담배 소송은 담배의 해악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제기한 것”이라며 “흡연과 폐암 발생 간의 인과성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