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모기지 속속 만기..`메가톤급 태풍 온다`

오상용 기자I 2009.12.07 11:08:35

"두바이 사태 전주곡에 불과..더 큰 위기 온다"
유럽 2010년~2012년 만기집중..美 5년간 1.6조달러 만기집중
美 CMBS 2012년까지 만기집중..65% 차환난항

[이데일리 오상용기자] "두바이 사태는 위기의 전주곡에 불과하다. 상업용 부동산발 먹구름이 대규모 기단을 형성하며 지구촌을 뒤덮고 있다."

전 세계 주요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에도 불구,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높아가는 공실률과 늘어나는 은행권의 자산손실, 부동산 압류 행진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대출(모기지)과 상업용모기지유동화증권(CMBS)의 만기가 내년이후 속속 집중됨에 따라 은행권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 "두바이는 붕괴의 전주곡"

오피스빌딩과 호텔·상가·백화점 등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하락세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스페인 아일랜드 등의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는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40% 넘게 급락했다.

▲ 美 상업모기지 규모
부동산 버블이 한창이던 2001년~2007년초 사이 은행 빚으로 세워진 이들 건물은 이제 은행권의 잠재 부실로 남아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담보가치가 상업용모기지 전체 원리금을 밑도는(언더워터 `underwater` 상태) 건물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부터 런던 금융의 중심지 `시티`에 이르기까지 즐비한 상태다.

현재 미국과 유럽지역내 상업용 모기지 규모만 4조940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중남미 몇몇 국가들의 국내총생산액(GDP)을 합한 규모와 맞먹는 수준. 2001년부터 서브프라임 사태전까지 상업용 모기지가 연평균 24%(유럽)~38%(미국)의 급증세를 보인 결과다.

최근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금융시장을 놀래켰던 두바이월드의 전체 부채가 600억달러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곪아 들어가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모기지는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어 놓을 메가톤급 태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속속 돌아오는 만기..美 5년내 1.6조달러 도래

문제는 `부동산 버블시대`에 끌어다 썼더 빚의 청구서가 내년 이후 속속 돌아온다는 점이다.

▲ 유럽 상업 모기지 만기일정
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지역내 올해 만기가 돌아온 상업용 모기지는 650억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만기규모는 내년 이후 급증, 2010년 1040억달러, 2011년 1540억달러, 2012년 1640억달러에 달하게 된다.

가히 내년부터 3년간 전 세계 금융시장이 숨을 죽인채 유럽 상업용 모기지의 차환 여부를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다. 향후 5년간 미국의 상업용 모기지 만기 도래규모는 1조6000억달러에 달한다.

은행권의 담보물건 `털어내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독일계 부동산업체인 유로하이포의 공동 대표인 맥스 싱클레어는 "충당금을 감당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면서 은행권의 상황이 끔찍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들은 손실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압류 부동산을 장부가의 60% 밑으로는 팔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 같은 가격에는 은행 압류물을 사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HSBC는 "영국의 경우 지난 5년간 풀려나간 상업용 모기지의 85%가 부실에 직면했다"면서 "그러나 은행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무디스 美CMBS 만기집중..위기 고조

상업용 모기지 유동화 증권(CMBS)에 대한 시장의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무디스는 "미국내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가 전고점 대비 43% 급락하면서 버블기 때 발행된 CMBS의 디폴트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내 상업용 모기지 규모는 3조5000억달러, 이중 4분의1이 CMBS를 통해 유동화된 상태다. 이 가운데 오는 2012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1530억달러다. 무디스는 "그 중 65%인 1000억달러어치가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유럽의 CMBS시장 역시 미국과 유사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2014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유럽내 CMBS규모는 660억유로(980억달러)다. 지난 2004년~2008년 독일과 영국 시장에서 발행된 CMBS가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피치는 독일의 경우 2013년, 영국의 경우 2012년 CMBS만기 집중으로 병목현상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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