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효석기자]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해외사업 전략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올해 초 CEO로 취임한 뒤 3개월간 고민끝에 음성서비스 위주의 글로벌 M&A전략은 더이상 의미없다고 결론낸 것이 하나씩 표면화 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지난 25일 이사회에서 결정한 중국 차이나유니콤의 지분 전량(3.8%) 매각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006년 7월 차이나유니콤의 홍콩상장법인인 차이나유니콤 전환사채(CB) 10억달러(USD) 규모를 매입했고, 2007년 8월 전부 주식으로 전환했다. 당시 전환가가 주당 8.63HKD(홍콩달러)였고, 이번 매각예정가가 11.105HKD이므로 매각 가격은 적정수준으로 보인다.
SK텔레콤(017670)은 또 이번 매각대금으로 재무구조 건실화, 중국 컨버전스 사업 재투자 및 신규사업 발굴, ICT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R&D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지분매각의 포인트는 투자수익이나 투자재원 마련이 아니다. SK텔레콤의 해외사업 전략변화를 가장 대표적으로 나타낸 사례라는 점이다.
SK텔레콤이 해외 음성서비스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9년부터다.
당시 SK텔레콤은 몽골 이동통신 라이센스를 획득, 국내 사업자로는 최초로 해외사업 진출을 시작했다. 이어 99년 차이나유니콤과의 1차 회담을 시작으로 꾸준한 투자를 진행, 2006년 차이나유니콤 CB를 매입했다.
2001년에는 베트남 정부로부터 사업투자 승인을 획득했고, 2005년 미국 어스링크와 합작해 힐리오를 설립,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에선 지난해 힐리오를 버진모바일에 합병시키면서 사실상 사업을 접었고, 베트남에서는 올해 8월 현지 투자회사가 3세대 이동통신 사업권을 획득하지 못하자 추가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차이나유니콤 지분매각 필요성도 작년부터 나왔다. 중국정부가 인위적인 통신시장 구조조정을 통해 차이나모바일로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을 몰아주자, 차이나유니콤의 투자가치가 떨어진 것. 게다가 세계적 이동통신사인 텔레포니카가 SK텔레콤을 밀어내고 차이나유니콤의 2대주주로 들어서자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더이상 투자금을 묵힐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현금부족으로 차이나유니콤 지분을 매각하는 것도 아니고 당장 R&D 재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면서 "해외사업 전략이 바뀌면서 1조5000억원이나 되는 자금을 중국에 묵혀둘 이유가 더 이상 없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4월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음성서비스(MNO부문) 회사지분 10조원 어치를 산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10조원 짜리를 사와 12조원 규모로 만들만큼 성장성이 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이제 글로벌 M&A 기회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또 지난 6월에는 "중국은 엄청난 컨버전스 기회가 있으며, 차이나유니콤 뿐만 아니라 차이나모바일과도 일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미 글로벌 통신사들이 휩쓸고 지나간 음성서비스 M&A 시장에서 탈피, 컨버전스 기회를 모색하고 글로벌 ICT 리더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만원 사장은 `작게 시작해 빨리 키우는(Start Small, Scale Fast)` 글로벌 전략을 세웠다"면서 "종전에 해외 통신사업자를 단순히 인수하거나 지분투자해 음성서비스 영역을 넓혀가던 방식을 버리고, SK네트웍스 등 그룹내 글로벌망을 활용해 모바일 콘텐츠 등을 판매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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