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은 여전히 나쁘고 주택압류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신용도가 높았던 프라임론 대출자 마저 신용파산 행렬에 동참하는 실정이다. 시한폭탄 대접을 받아온 상업용부동산 시장도 뇌관이 제거되지 않았다. 비관론자들이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회복의 문지방을 넘어서기는 커녕 `2차 붕괴국면`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 지표 호전
미국의 부동산 관련 지표는 표면상 개선되고 있다. 주택착공 건수가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신규주택판매 건수는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추락하던 집값도 바닥을 찍었다. 미국내 주요 대도시의 집값 동향을 보여주는 S&P케이스-쉴러지수는 2분기중 2.9% 올랐다. 3년간 지속됐던 하락세가 멈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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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1.5% 증가를 웃돈다. 특히 7월 수치는 2007년 1월 이후 가장 높았고, 2008년 1월에 비해서는 13%를 웃도는 것이다.
주식시장내 부동산 관련 종목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톨브라더스와 호바나니안 KB홈 등의 주가가 3월 저점대비 급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해당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도 5월이후 배 이상 뛰었다.
◇ 왜 신기루인가
이러자 부동산 업자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톨브라더스의 CEO 밥 톨은 "계약취소가 줄고 수요는 더 견고해질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은 안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엘렌 젠트너 도쿄 미쓰비시 UFJ 이코노미스트도 "주택시장의 침체가 확실히 끝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이 꼭지점에 달했던 지난 2006년에도 "강세는 더 간다"며 호언장담하던 펌퍼(Pumper: 펌프질 하는 사람)들의 부활을 보는 듯 하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이번에도 `펌퍼`들이 틀렸다고 단언한다.
캘리포니아의 부동산연구소에 재직하고 있는 마크 핸슨은 1일 경제전문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통계에 가려진 실상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택시장 회복세는 `손바뀜`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차압물건 뿐만 아니라 정상주택의 거래도 늘었다. 저리융자에다, 주택구매자에 대한 세제지원 덕분이다. 최근 석달간 캘리포니아 집값이 반등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러나 이같은 지원책은 종료됐거나 조만간 끝난다. 연방정부의 생애첫 구입자에 대한 세제지원(8000달러 한도)의 일몰시한은 연말까지다. 캘리포니아주의 신규주택구입 지원(1만달러 한도)은 이미 지난달 완료됐다.
핸슨은 "최근 증가세를 보이던 주택거래 건수와 반등하던 집값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기 힘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 `프라임 모기지`로 옮겨 붙은 불
미국의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즉 신용도가 낮은 모기지에서 비롯됐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버틸 여력이 없었던 저소득층부터 항복을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신용도가 높았던 대출자들 즉 프라임모기지 이용자들이 두 손을 들기 시작했다. 고용시장이 나빠지면서 실직자가 늘고 가계의 가처분 소득도 줄어든 탓이다.
모기지은행연합회(MBA)에 따르면 최근들어 신규 주택압류의 3분의1이 프라임모기지에서 발생하고 있다. 연합회의 제이 브링크만 회장은 "실업률 상승에 의해 추동된 모기지 부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사정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1일 셰일라 베어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사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상업용 부동산이 점차 은행 파산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다시 경고음을 울렸다.
7500억달러(우리돈 930조)에 달하는 옵션부 변동금리 모기지((Option ARM)는 또 어떤가. 이미 3분의1이 파산상태에 빠졌고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바클레이는 "2005년부터 2007년 사이 이뤄진 옵션ARM으로 인해 은행들이 입게 될 손실을 1120억달러로 추정했다.
마크 핸슨은 "올 여름 미국의 주택시장은 회복기에 들어선 게 아니라 2차 위기로 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