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핵심공약 종부세` 업무보고서 빠진 이유는?

김수연 기자I 2008.01.07 11:06:33

종부세 기준 완화, 재경부 업무보고 제외..투기심리 부추길까 우려
상황 따라 단계적 완화하되 시장 자극 않도록
재경부-인수위 암묵적 합의 가능성 높아

[이데일리 김수연기자] 당초 예상됐던 종부세 과세 기준 완화나 용적률 일괄 상향 등이 재경부와 건교부 업무보고에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7일 오전 이동관 대변인은 "종부세 부과 기준 등에 대한 보도들이 있었는데 이는 오늘 업무보고에서 다루어지지 않으며 결정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업무보고에서 필요성은 거론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내용은 세수 추계, 여론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위에 파견된 재경부 실무자들 역시 이날 오전 "종부세 6억에서 9억 상향은 오보이며 업무보고에 상향 방안은 들어있지 않다"며 "다만 747공약(7% 성장안), 부동산 정책, 신용불량자 대책, 금산분리 등이 중요 현안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보유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와 종부세 감면, 등록세와 취득세 통합한다는 등의 주택관련 세제 완화 공약은 유권자들이 크게 주목했던 당선자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 재경부는 첫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종부세 과세기준을 완화나 양도세 인하 방침 등을 구체적으로 보고하고, 이것이 밖으로 알려지게 되면 잔뜩 기대하고 있는 시장의 투기 심리를 자극하게 될까봐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값이 상승 조짐이 뚜렷하다. 부동산 정보업체들에 따르면 새해 첫주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이 소폭 상승했고, 특히 신도시는 작년 10월부터 이어졌던 하락세가 멈춰섰다.

대선이 끝난 직후인 연말부터 상승세로 돌아선 재건축 아파트는 1월 첫주 0.03% 올랐다. 다만 거래 증가가 동반하지 않아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호가 상승의 성격이 짙다. 이같은 상황에서 실제 급격한 규제완화가 급히 이뤄질 경우 거래 증가와 함께 가격 폭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투기조장 '독박' 쓸 수야..

세계적으로 고유가 및 미국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주택 값이 폭등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집값 버블이 일시에 터져버리는 매우 심각한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경부 등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당선자의 공약 취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앞으로 시장 상황을 보아가며 단계적으로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사인'을 주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되, 그 구체적인 방안이나 시기에 대해서는 함구키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재경부 세제 관계자는 "지금 9억 상향이니 이런 말을 할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시장이 꿈틀대고 있는데 정부가 기폭제 역할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인수위측이 대운하 등 다른 공약은 거침없이 밀어부치는 태도인데 반해, 집값에 대해서는 소관 부처의 의견을 경청하며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인수위와 재경부간의 '입맞춤'을 가능하게 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집값이 뛸 경우 '인수위가 섣부른 정책으로 집값을 자극했다'는 비판을 뒤집어 쓸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인수위는 새 정부의 각종 개혁과제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도움이 필수적이며, 따라서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또 신당이 이번 대선에서 참패, 정권을 내줄 수 밖에 없었던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집값 폭등이라고 보고 있어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더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명박 당선자가 약속한 종부세 등 각종 주택관련 세제 완화는 시간을 두고,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가며 당분간 '은밀히' 추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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