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서나 칼럼니스트] 극장가가 어느 때보다도 화려하게 변모하고 있다. 올 가을 패션리더에게 어필할 만한 영화들이 속속 공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먼저 패션에 관심이 많은 관객이라면 꼭 보고 싶은 영화로 꼽아뒀을 신작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사진1>. 로렌 와이스버거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원작자가 실제 패션매거진 `보그`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화 제작과정을 내내 패션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화 속 런웨이 사무실은 보그, 메릴 스트립이 맡은 미란다 프레슬리 역은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가 모델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시사 저널리스트를 꿈꾸지만 어울리지 않게 패션지에 입사하게 된 사회 초년생이 까다로운 편집장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겪는 에피소드들이 중심 스토리. 톱 클래스의 패션 세계와 앤 해서웨이가 연기하는 촌스런 앤드리아의 패셔너블한 변신 과정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인기 TV시리즈 `섹스 앤 더 시티`를 연출했던 감독 데이빗 프랑켈과 역시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 브래드쇼의 의상을 멋지게 연출했던 스타일리스트 패트리샤 필드 등 패션을 사랑하는 스탭들이 참여했다.
깊은 가을엔 '마리 앙투와네트'<사진2>가 호화찬란한 행차에 나선다. 키어스틴 던스트와 소피아 코폴라, 두 패셔니스타가 주연배우와 감독으로 만나 기대를 모아온 이 작품은 프랑스혁명이 다가오고 있는 현실을 모른 채 베르사이유 궁이라는 거대한 인형의 집 속에서 살고 있는 앙투와네트의 모습을 그린다.
소피아 코폴라는 프랑스 정부의 지원과 기획자로 참여한 아버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도움을 받아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껏 작품을 촬영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혁명에 관한 내용을 대폭 축소해 프랑스 역사가들의 비난을 받았으며 칸 영화제에서도 극찬과 혹평이 엇갈렸다.
하지만 소피아 코폴라는 마리 앙투와네트를 피폐해진 국민들을 외면하고 방탕한 행각을 일삼다가 결국 참수형을 당하는 왕비가 아니라 14살에 정략 결혼해 어린 나이에 루이 16세의 왕비 자리에 오른 철없는 어린 소녀로 담고 싶었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화려하고 달콤한 로코코의 매력에 빠져 시각적인 사치를 누릴 수 있는 영화. `배리 린든`, `대부3` 등의 영화 의상을 맡았던 밀레나 카노네로가 앙투와네트를 치장했으며 18세기 음악과 록 뮤직의 만남이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잇걸` 시에나 밀러가 60년대의 대표 아이콘, 에디 세즈윅 역에 캐스팅되면서 화제를 일으켰던 `팩토리걸`<사진3>은 개봉일이 미뤄지면서 패션 피플의 궁금증을 키워가고 있는 작품.
시에나 밀러가 주드 로와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파파라치의 표적이 되고 있는데다 참을성 많은 디자이너들이 최근 막 내린 2007 봄 컬렉션에까지 60년대 복고 스타일을 반영하면서 앤디 워홀의 뮤즈였던 에디 세즈윅의 환생을 기다려 주고 있어 영화의 흥행 여부는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봉과 동시에 60년대 트렌드도 힘을 얻을 전망.
앤디 워홀을 연기하는 가이 피어스를 비롯해 그웬 스테파니 대신 리치 벌린 역을 이어받은 미나 수바리, 메리 케이트 올슨 등이 워홀의 뉴욕 작업실인 팩토리를 드나들었던 예술계 친구들로 출연할 예정이어서 작품에 흥미를 더한다.
유쾌한 팝아트의 영상이 기대되는 이 영화에서 의상은 존 A. 던이 담당했다. 그는 워홀과 절친했던 천재 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의 일생을 담은 96년 영화 `바스키아`의 의상도 맡은 바 있어 적임자로서의 실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MUST SEE` 무비 리스트가 필요할 듯한 올 가을. 감각적인 이벤트에 참석하는 기분으로 서로 다른 테마의 패션 영화를 즐겨보자.
-김서나 비바트렌드(www.vivatrend.co.kr) 기획팀장 및 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