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①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황성호 교수
차 부품 수요 구조 빠르게 변화하는데 내연기관 안주
친환경·미래차 부품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해야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황성호 교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우리 자동차 산업은 25% 관세 리스크에 신음하고 있다. 완성차 미국 수출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 무역협상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관세 리스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똑같이 겪고 있는 것이다.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의 거센 물결 속에서 전동화와 지능화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자동차 부품 산업 경쟁력 저하’라는 더 본질적인 위기 상황을 직시해야 할 때다.
세계 자동차산업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자동차 전동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으며,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다소 주춤하는 모습은 있지만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절반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역시 2030년 신차 판매의 40%를 신에너지차(전기·하이브리드차 등)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대규모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부상으로 자동차 부품 수요 구조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030년에는 전체 부품 수요의 절반 이상이 배터리, 모터, 전장 센서 등 전기·전자 부품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진과 변속기 같은 전통적인 부품의 비중은 2019년의 절반 수준인 약 11%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 자동차 부품 산업에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제대로 대응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부품 산업은 10년 넘게 정체 중이며 내연기관 부품에 편중된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기차 전환이 뚜렷하게 가시화되고 있었음에도, 업계 전반에는 여전히 “내연기관 시대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황성호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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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적이고 과감한 변화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피할 수 없는 글로벌 대전환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그러기 위해 친환경·미래차 부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모아 2030년까지 1000개 부품사를 미래차 분야로 전환하는 계획을 실현한다면, 국내 부품산업은 단순한 양적 유지에 그치지 않고 질적 도약까지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시대에 걸맞은 글로벌 강소기업 탄생과 수출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