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배모(9)양 오빠(26) 씨의 말이다.
이 차이가 크게 나는 동생을 딸처럼 키워왔던 오빠는 이날 연합뉴스를 통해 이같이 말하며 “부디 제대로 된 처벌을 받게 해 더는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양의 어머니는 “사고 나기 15분 전에 ‘친구들이랑 조금만 더 놀다 들어가겠다’고 전화가 왔었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라니,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탄식했다. 또 “횡단보도 건널 때는 꼭 초록 불인지 확인하고, 손들고 주위를 잘 살피고 건너라고 수도 없이 가르쳤는데…. 차가 인도로 돌진해 딸아이를 앗아갈지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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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전날 오후 2시 20분께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 내 좌회전 금지구역에서 60대 A씨가 몰던 차가 갑작스럽게 좌회전하다 중앙선을 넘어 인도를 덮쳐 9~12세 초등학생 4명을 덮쳤다.
주변 상인 등이 현장에 다급하게 달려가 구호 조치를 하고 경찰 등에 신고했는데, 배양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다른 어린이 2명은 병원에서 치료하고 있으며 1명은 퇴원한 뒤 집에서 건강 상태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A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4개월 만이다.
30대 B씨는 지난해 12월 2일 청담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만취한 채 차를 몰다가 초등학생 C(9)군을 들이받고 달아나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C군의 부모는 SNS를 통해 “생때같은 제 아들이 3일 전 음주운전 차량에 목숨을 잃었다”며 “정말 특별했던 아이를 이렇게 황망하게 떠나 보내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이후의 수사와 재판이 잘 진행되도록 관심 가져달라”고 전했다.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으나 “도주할 의사는 없었다”며 뺑소니 혐의는 부인한 B씨에 대한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A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 운전 치사,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고 장소가 어린이보호구역인 만큼 A씨에게는 ‘민식이법’이 적용돼 가중 처벌될 것으로 보인다.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13에 따르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안전 운전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가 숨지게 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