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관계 훈풍 불지만…게임 판호는 여전히 ‘잠잠’

조용석 기자I 2018.04.08 15:52:56

작년 2월 이후 판호 ‘0건’…중국게임 한국서 ‘펄펄’
35조 시장 놓칠까…‘배그 모바일’ 2달째 무료서비스
증권가 “판호 임박”…업계 “中 의도적 지연” 신중

중국 광전총국 홈페이지에 게시된 외자판호 현황. 가장 최근 외자판호 게임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개발한 ReCore다. (사진 = 광전총국 홈페이지 캡쳐)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놓고 꽁꽁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중국은 판호(版號·게임 서비스 허가권) 발급을 미루며 장벽을 높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판호 발급이 재개될 것이라는 장밋빛 예측도 내놓고 있지만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작년 2월 이후 판호 ‘0건’…중국게임 한국서 ‘펄펄’

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미디어 검열기구인 광전총국(廣電總局)은 작년 2월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창천왕자’를 마지막으로 한국게임에 대해 단 한건의 신규 판호도 발급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물론 사드 운영 당사자인 미국에도 정상적으로 내주고 있는 판호를 유독 한국에만 1년 넘게 내주지 않고 있는 셈이다.

판호란 중국에서 게임, 영상, 출판물 등 콘텐츠를 허가하는 절차다. 중국산 게임은 ‘내자판호’, 외국산 게임은 ‘외자판호’를 반드시 취득해야 유료 서비스를 할 수 있다. 판호 발급 여부에 대한 판단은 중국 당국이 자의로 결정하기에 사실상 비관세 장벽이나 다름없다.

한국게임의 중국수출이 꽁꽁 묶인 사이 중국게임은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과 매출을 끌어올리며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출시된 중국산 모바일 게임수는 136개로, 2016년과 비교해 약 19%가 증가했다. 매출도 수직상승했다. 지난해 플레이스토어 매출랭킹 20위 안에 진입한 중국산 게임은 16개로 전년도(11개)에 비교해 5개나 늘었다. 업계는 이들 게임의 지난해 연간 총매출이 약 1965억원에 달해 전년(1124억원) 대비 74%포인트가 올랐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월부터 중국 현지에서 비공개테스트 형식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35조원 시장 놓칠까…‘배그 모바일’ 2달째 무료서비스

판호 발급 지연으로 가장 애를 태우는 기업 중 한 곳은 넷마블게임즈(251270)다. 넷마블은 2016년 12월 중국에 ‘리니지2레볼루션’에 대한 판호를 신청했지만 1년 4개월이 넘도록 대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게임의 빠른 주기를 감안하면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회사는 지난해 ‘리니지2레볼루션’으로만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냈다.

넷마블 관계자는 “주변에서 판호가 나올 때가 됐다고 하는데, 퍼블리셔인 텐센트와 중국정부가 진행하는 것이라 지금도 예측이 어렵다”며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한데 (판호 지연으로)시장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흥행에 성공한 배틀그라운드의 모바일게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중국에서 지난 2월9일부터 2달이 넘게 비공개테스트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테스트 형태로 유료화 모델 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판호가 없어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두 달 넘게 테스트형태로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은 테스트 목적이 아닌 많은 중국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며 “이용자를 확보한 뒤 판호를 받고 나서 유료화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제작사인 펍지주식회사 측은 “비공개테스트 방식으로 게임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판호와 관련된 내용은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증권가 “판호 임박”…업계 “中 의도적 지연” 신중

증권가에서는 한중 관계가 훈풍이 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중국정부가 조만간 판호 발급을 시작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 1분기 중국인 입국자가 급증했으며 중국인의 국내 투자 역시 수직상승하고 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중 정상회담, 중국 외교수장 ‘양제츠’의 방한 및 사드 해결 발언 등 한중 경제 교류 회복 중”이라며 판호 발급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하지만 업계는 중국의 판호 발급 시점에 대해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드사태 전에도 중국이 판호에 인색했던 점을 고려하면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고 본다. 중국이 ‘자국 산업 살리기’ 측면에서도 판호 발급에 그리 적극적으로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사드사태 전에도 판호를 잘 내주지 않았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다”며 “모바일게임의 경우 중국 기술 수준이 오히려 우리보다 앞서고 있기 때문에 판호가 재개된다 해도 큰 성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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