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앱이란 개인끼리 연결돼 자동차를 함께 타는 것(라이드 셰어링)이다. 기업은 앱을 통해 출발지와 도착지가 유사한 운전자-승객을 연결해준다. 고객은 업체에 택시비의 60% 정도 되는 요금을 지불하고, 업체는 수수료(약 20%)를 뗀 수익을 운전자에게 돌려준다.
우리나라에는 풀러스, 럭시, 티티카카(이해 토종 앱), 우버쉐어 등이 활동 중인데 최근 풀러스가 오전 5시부터 11시, 오후 5시부터 오전 2시까지 정해져 있는 시간을 ‘출퇴근 시간선택제’로 바꾸려 하자, 서울시가 경찰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법에는 유상 카풀이 가능한 경우를 ‘출퇴근 시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로 규정하는데, 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사실상 24시간 유상 영업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취지다.
하지만 IT 업계는 △해당 법에는 출퇴근 시간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 △택시보다 저렴한데다 자가용 운전자들은 용돈을 벌 수 있다는 점 △2020년 5G 상용화와 함께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고 있어 택시 업종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점 등을 들면서, 라이드 셰어링에 대한 규제를 우려하고 있다.
|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지난 24일 규제혁신 끝장토론의 주제로 카풀앱을 정한 데 대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난 갈등 이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과 서울시가 주최한 카풀앱 토론회는 택시업계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그는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동력을 얻으려면 논란의 중심에 서야 하고 진도를 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으며 조만간 해커톤의 과정과 역할에 대해 공개하겠다”고 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준비 중인 규제혁신 해커톤은 다섯 개 주제로 진행되는데, 카풀앱을 비롯한 헬스케어, 핀테크, 스마트시티 분야,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등이 다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장 위원장의 기대와 달리, 1박2일 해커톤에서 카풀앱 규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택시업계는 토론회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데다, 서울시와 국토부도 규제 개선에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장 위원장은 “침묵 시위는 할 수 있겠지만 물리적 충돌은 안 된다. 민주주의라는 게 물리적 충돌은 아니지 않는가”라며 “마치 국가간 정상회담처럼 첫 날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발표문 수준의 쟁점을 열거한 뒤 이를 고쳐가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 기사와 택시 회사는 다르다”
장 위원장은 규제혁신 해커톤의 다섯 가지 주제에 대해 이미 좌장을 정하고 절차와 형식을 논의하지만 본인이 논의에 직접 개입하진 않을 예정이다.
하지만 세계 최대의 라이드 셰어링 회사인 우버가 2019년 자율주행 택시 영업을 위해 미국 자동차회사 볼보로부터 2만4000대의 자동차를 구입하는 등 자동차 산업의 지형이 제조업에서 모빌리티 산업으로 변한다는 점은 동의하는 듯했다.
그는 사견 임을 전제로 “택시 기사와 사업자는 분리해 봐야 한다. 택시 기사와 택시 사업자들을 완벽하게 둘로 나눌 순 없지만 택시 기사의 일자리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사납금에 고통받는 택시기사들에게 카풀앱 드라이버로서 용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법 등이 있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추진하는 규제혁신 해커톤은 그야 말로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 곳곳의 갈등 상황에 대해 수면 위로 쟁점을 올려 토론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다.
장 위원장은 “해커톤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인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와는 다르지만 이미 4.5주 전부터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의 일은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고, 실제 법 개정 여부 등은 해당 부처의 몫”이라고 했다.
한편 장병규 위원장은 얼마 전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이 6개부처가 만든 ‘개인정보 비식별화 가이드라인’을 따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등 4개 기관과 삼성화재보험, 현대차, 이통3사 등 20여 개 기업을 개인정보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으로 검찰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있지만 시간을 두고 해결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4차산업혁명의 재료인 데이터에 대해서는 “제가 퇴임한 뒤에도(그는 1년 임기이고, 9월 25일 위촉됐다)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본질적인 가치를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기를 바란다”며 “(카풀앱 규제혁신 해커톤 등을) 잘 마무리한다면 보다 근본적인 이슈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4차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국민의당이 맡게 된 데 대해선 “‘아싸’라고 생각했다”며 “오히려 잘 됐다고 본다. 제가 투자자(초기 벤처에 투자하는 본엔젤스파트너스 의장)를 해보지 않았나”라고 정치적 대립을 넘은 미래세대를 위한 협치를 기대했다.
다만, 그는 “공무원들 조직(지원단)과 함께 일해보니 비효율적이지 않았지만 그건 ‘탑다운’된 이슈만이었다”며, 다음 달 ‘장병규의 스타트업코리아’라는 책을 낸다고 소개했다. 공무원이 꿈이라는 중학교 2학년 첫째 아들에게 스타트업의 세상을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싶어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