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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남한산성(사적 제57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석굴암·창덕궁 등을 포함해 11개의 세계유산 보유국이 됐다. 2010년 하회와 양동이 한국의 역사마을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4년 만의 희소식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카타르 수도 도하 국립컨벤션센터에서 22일(현지시각) 열린 38차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남한산성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앞서 지난 4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남한산성에 대해 ‘등재권고’ 판정을 내려 남한산성의 세계유산 등재는 유력한 상황이었다. 이코모스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실사를 담당해, 이 기구의 평가결과는 세계유산 등재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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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은 ‘비상시 임시궁궐’이란 독자성을 띈 문화유산이다.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위원장인 이혜은 동국대 교수는 “남한산성은 조선 인조가 병자호란 때 머물던, 비상시 임시수도 역할을 했던 곳”이라며 “이런 산성은 세계적으로 남한산성밖에 없다”며 의미를 뒀다.
남한산성은 군사시설이면서 안에 사람이 살면서 생활이 이뤄졌던 보기 드문 산성도시였다. 인조가 성 내부로 백성의 이주와 정착을 장려해 4000명 이상이 살았고, 아직까지 주민이 살고 있다. 살아있는 유산인 셈이다.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위원 최재헌 건국대 교수는 “조선시대 방어전략으로 군사적 기능과 읍성의 행정 기능을 산성에 결합하는 산성거주론이 실현됐고 이 기능은 오직 남한산성만 300년 넘게 유지했다”고 남한산성의 도시로서의 가치의 의미를 뒀다.
앞서 우리나라는 석굴암·불국사, 종묘(1995), 창덕궁(1997), 수원화성(1997), 조선왕릉(2009) 등 문화유산 9건과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2007) 등 자연유산 1건 등 10건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남한산성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되자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 참석한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남한산성은 이제 한국의 유산을 넘어 세계인이 함께 가꾸는 세계유산이 됐다”고 의미를 뒀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오늘 이 자리에서 남한산성은 새로운 미래를 향한 또 하나의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음을 감사히 여긴다”며 “동아시아의 역사 중심이었던 남한산성을 강력한 보호체계와 예산지원으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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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프로그램 개발이 숙제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모두 관광객이 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전남 화순 고인돌 유적지를 찾는 관광객 수는 되레 87%나 줄었다. 2005년 71만 3000명이었던 연간 관광객 수가 2010년 9만 2000명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연간 약 320만 명(2012년 기준)이 다녀간 남한산성에 관광객을 더 모아 들이려면 세계 유산 및 인근 관광 콘텐츠 개발과 투자가 지속해야 한다는 게 관광계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남한산성도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방문객은 증가했지만, 증가 폭이 2008년과 2009년 모두 40%대에서 2010년 10%대로 준 만큼 새로운 활로가 필요한 시기라는 의견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남한산성 세계유산 선정을 계기로 역사문화유적 랜드마크를 조성해 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남한산성과 수원화성, 조선왕릉을 문화관광벨트로 2018년까지 엮는다는 계획이다. 원준호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기획사업팀장은 “남한산성의 역사와 유·무형 문화재, 다양한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연·전시·체험행사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