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선·해운 경기 악화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침몰한 STX그룹의 악령이 현대그룹과 한진그룹에도 옮겨붙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2004년 STX그룹에 매각한 STX팬오션(028670)(당시 범양상선)의 부채비율은 2005년 74%에서 지난해 말에는 302%까지 상승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STX그룹에 자산매각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신속하게 추진할 것을 권고했지만, 끝내 STX그룹은 좌초되고 말았다. 유동성 위기가 이미 표면한 상태에서 자구책 마련을 마련한데다, 이행속도 역시 너무 더디기 진행됐기 때문이다. 결국 그룹은 해체되고 강덕수 회장은 사실상 경영권을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금융권에서는 현대그룹과 한진그룹도 STX그룹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 간 실적 부진에 따른 영향으로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754.4%에서 올 6월 835.2%까지 치솟은 상태다. 현대상선의 부채비율 역시 같은 기간 720.1%에서 895.1%로 크게 올랐다.
한진해운의 경우 대한항공에서 1500억원을 지원받아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더이상 계열사 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에 산업·하나·우리은행 등 3개 은행이 한진해운의 44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실제 발행 여부는 미지수다.
문제는 시간이다. 당장 회사채·CP 등 시장성 차입금의 만기도래 시점에 맞춰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STX그룹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자산 매각 및 유동화 등이 지연될 경우 그룹 전체가 부실화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재계는 다만, 한진그룹과 현대그룹의 경우 수직계열화된 STX그룹과 지배 구조가 다른데다, 채권단이 적극적인 자구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어 해운사발 위기가 그룹 전체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수직계열화돼 있는 STX그룹과 달리 현대와 한진그룹 등은 각 계열사 포트폴리오가 다르다”며 “각 그룹이 다른 계열사를 통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지만, 채권단이 관여하고 있는 시스템상 그룹 전체로의 부실 전이는 어느 정도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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