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도형 기자] 진통 끝에 옥동자가 태어난 걸까. 여야가 17일 전격 합의한 정부조직 개편안은 미세조정을 통한 ‘원안+α’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정부조직개편안 원안의 골격을 유지하되, 그동안 첨예한 이견을 보여온 방송 중립성·공정성을 확보하는 ‘안전판’을 마련키로 했다. 또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의 자격심사에 합의하고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의 국정조사를 실시코록 하는 등 임시국회 운영 방안에도 합의를 이루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당초 구상대로 새 정부의 기틀을 완성, 국정 운영의 추동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를 갖고, 야당으로서는 정부조직개편을 놓고 제기된 우려를 견제·차단할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국무회의 참석하는 중소기업청장
여야의 이날 합의사항에서 중소기업청은 많은 수혜를 입었다. 우선 국무회의에서 중소기업청장을 배석하도록 했다. 대선 기간 중소기업청의 부 승격 등을 공약했던 민주당의 생각이 상당부분 받아들여졌다. 중소기업청은 기존 공정거래위원장만이 가지고 있었던 담합행위 고발 요청권도 수여받았다. 공정위원장은 중기청장의 요청에 따라 의무적으로 고발하게 된다. 의무고발권은 이외에 조달청장과 감사원장에게도 부여됐다. 이같은 의무고발권 행사는 인수위의 국정과제 발표 때 제시된 바 있다.
당초 원안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두기로 했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민주당 의견대로 국무총리실 산하로 옮기게 됐다. 농림축산부로 이름이 바뀌던 농림수산식품부도 민주당 의견대로 농림축산식품부로 바뀌었다. 아울러 여야는 우정사업본부 기능 강화를 위해 미래부와 별도로 직제를 구성하는 것에 합의했다.
반면 행정안전부는 원안대로 안전행정부로 이름이 바뀐다. 통상 기능의 산업통상자원부 이관도 원안대로 확정됐다.
양당은 또 상설특검제 및 특별감찰관제의 도입과 대검 중수부 폐지 등을 위해 상반기 중 입법조치를 완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올 상반기 중에 중수부가 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 댓글사건은 국정조사로
여야는 아울러 국회 운영관련에도 합의를 이뤘다.새누리당이 제기한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는 3월 임시국회 중에 실시된다. 양당에서 각 15일씩 공동으로 하며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심사토록 했다.
또 양측은 국가정보원 직원 댓글 의혹 사건과 관련 검찰 조사 종료 즉시 국정조사를 실시하는데 합의했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가 미진할 경우에도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노력하기로 해 4대강 사업에도 국정조사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상임위 조정도 이루어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로, 교육과학통신위원회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이름을 바꾼다. 여야는 모두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소정의 성과를 얻었다”는 자평이다.
◇대치정국 일단락...쟁점 많아 파장 예고
여야가 진통을 거듭한 끝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타결하면서 새정부 출범 후에도 유례없이 지속되던 ‘대치 정국’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여야가 이날 합의한 사항 가운데는 향후 정국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쟁점들이 많아 그 결과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지난 대선과정에서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제기된 ‘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완료되는 즉시 국정조사를 열기로 해 관심이 모아진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현안이었던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미진시 국정조사,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는 방송공정성특별위 구성도 향후 구체적인 시행 과정에서 이견이 적지않게 도출될 수 있는 난제다.
여야가 6월 국회에서 합의키로 한 인사청문회법 개정도 총론과 달리 각론에서는 시각차가 두드러지는 분야다. 새누리당은 정책중심의 청문회를 강조하고 있지만, 민주통합당은 정책질의를 위해선 사전에 충분한 도덕성 검증이 가능토록 제도를 정비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처리 문제는 또한번 여야간 대치를 부를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