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정치권 '재취업' 코스로 전락한 석좌교수

이정혁 기자I 2013.01.21 11:12:53

석좌교수가 정관계 진입의 교두보 역할
"대학들의 정치권 로비창구로 석좌교수 활용" 비판도

[이데일리 이정혁 기자]석좌교수가 전직 장차관과 국회의원 등 고위직의 ‘재취업’ 코스로 전락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최근 들어 대학들은 연구업적이 뛰어난 인물보다 정·관·재계의 내로라하는 유력인사를 석좌교수로 영입하는 추세다.

21일 이데일리가 전국 대학의 최근 3년간 ‘석좌교수 임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70명이 ‘석좌교수’라는 이름으로 강단에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0명의 석좌교수 가운데 정·관·재계 등 비(非)학계인사는 55명, 교수 출신 등 학계인사는 15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비학계 인사 중에서도 정치권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 석좌교수 부임→정치권 복귀 수순

석좌교수 면면을 살펴보면 ▲이배용 전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원장(건양대·2012년 3월)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 장관(한양대·2012년 3월) ▲이헌재 전 부총리(금강대·2012년 2월)▲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동국대·2012년 1월)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한국외대·2011년 9월)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세종대·2011년 9월) ▲김성호 전 국가정보원장(건국대·2011년 3월) ▲윤형섭 전 교육부장관(건국대·2011년 3월) ▲허범도 전 국회의원(부산대·2010년 10월) 등 대학들의 ‘묻지마 영입’ 경쟁이 치열하다.

재개 출신으로는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동아대·2012년 2월) ▲최길선 전 현대중공업대표(군산대·2011년 3월) 등이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포함된 인사들도 석좌교수 타이틀을 갖고 있다. 김장수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와 모철민 여성문화분과 간사는 각각 건양대와 동아대의 석좌교수로 지난해 영입됐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로 하마평에 오른 강봉균 전 국회의원(군산대·2012년 9월)과 진념 전 부총리(전북대·2010년 5월), 김영란 전 대법관(서강대·2010년 10월)도 석좌교수다.

◇ 대학의 정치권 로비 창구 역할

석좌교수에 정치권 인사들이 많은 이유는 상호 이해 관계가 맞기 때문이란 게 학계의 시각이다.

정치인들은 공백기를 교수라는 타이틀로 메울 수 있고, 정교수처럼 강의나 연구에 대한 압박이 없는 탓에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는 즉시 학교를 떠날 수 있다. 대학들은 석좌교수를 정치권의 로비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대학들이 정치권 인사를 영입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며 “정부의 각종 프로젝트를 유치하는데 석좌교수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스스로 석좌교수제의 본질을 훼손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대학들이 학문적 성과도 없는데다 교육도 제대로 안하는 정치인을 교수로 임용하는 것 자체가 학문적 자존심을 포기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석좌교수란

대학은 학생들의 교육과 연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탁월한 연구업적으로 명성을 쌓은 인사를 석좌교수(碩座敎授)로 임용한다.

대표적으로 서울대의 경우 석좌교수 자격으로 ‘노벨상 또는 이에 준하는 국제 학술상을 수상한 자’, ‘각 전문분야에서 10년 이상 종사한 자로서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이룩한 자’ 등으로 규정했다. 석좌교수는 대학인사위원회 심의와 총장의 승인을 거쳐 임용된다. 총장급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