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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김쌍수의 길` 3년 성적표는?

양효석 기자I 2006.09.20 13:30:00

끊임없는 혁신 강조
신성장동력 `휴대폰이 관건`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최고경영자(CEO)가 되면서 달라진 것들이요?" 

김쌍수 LG전자(066570) 부회장이 최근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스스로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다음 달 1일로 대표이사 취임 3주년을 맞는 소회가 가득 담긴 질문이다.

그 답변은 이렇다. "우선 글로벌 시장에서 LG 브랜드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지요." 그 예로 독자 브랜드 진출이 늦었던 미주지역만 따져봐도 LG 브랜드 인지도가 2004년말 9% 정도였던 데서 2005년말 20% 가까이 올라 갔다는 설명이 따른다.

김 부회장은 또 LG전자 전체 구성원이 같은 가치관과 목표를 갖고 혁신마인드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변화도 생겼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제가 항상 강조하는 빠른실행(Fast Execution)이 아직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이뤄지고 있는 것도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는 10월1일이면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3주년이 된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03년 9월30일 구자홍 전 LG전자 회장이 계열분리 된 LS그룹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후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LG전자에 입사한 후 35년동안 줄곧 창원공장에서 보낸 현장통이 CEO로 취임한 것.

그는 취임 이후 지난 3년 동안 `혁신의 전도사` `불도저` 라는 별명에 걸맞게 조직내 혁신을 강조해 왔다. 사업측면에서는 백색가전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탈피,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분야에 역량을 집중했다.

또 파워브랜드는 기업에게 장기적으로 안정된 매출과 이익을 보장한다는 생각 아래 글로벌 경영을 중시해 왔다.

◇혁신의 길..아직 배고프다

김쌍수 부회장은 혁신에 대해 남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저를 `혁신의 전도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저에게 있어 혁신은 목적이 아닙니다. 혁신을 해야 살 수 있고 또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그는 취임후 첫 신년사에서도 혁신활동을 통해 글로벌기업에 걸맞은 내부역량과 인프라를 갖추게 되면 지속성장이 가능하다는 논지를 펼쳤으며, 같은해 CEO메세지를 통해서도 관습을 타파하면 확고한 경쟁우위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말인 `5%는 불가능해도 30%는 가능하다`라는 김쌍수식 혁신법이다. 그는 5%를 개선하는 것 보다 30%를 개선하는 것이 더 쉽다고 생각한다. 5%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존 업무의 효율을 높일 생각만 하게 되지만, 30%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파악하고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대 중반 국내에서는 생소하기만 했던 `6시그마` 개념을 창원공장에 처음으로 도입했던 김쌍수 부회장은 CEO 취임 이후 LG전자 전 사업부문에 이를 확대 적용했다.

사내 각 분야의 직원들이 팀을 구성, 발상의 전환을 통해 해당과제를 한번에 해결하는 프로젝트 방식인 TDR(Tear-Down & Redesign)을 운영하기도 했다. 현재 LG전자는 TDR을 통한 혁신 프로젝트 3000개를 진행하고 있다.

또 LG전자 전 직원에게 사관학교로 불릴 만큼 교육강도가 높다는 혁신학교를 다녀오도록 했다. 혁신학교는 지난해말 전사 직원이 모두 거쳐가면서 종료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혁신활동에 대해 "요즘 같은 경영환경에서는 혁신하지 않으면 살수 없는 만큼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끊임없는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휴대폰 오픈마켓 `첫 걸음마 땠다`

김쌍수 부회장이 CEO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둔 사업부문중 하나가 휴대폰사업이다.

가전사업은 영업이익률 10%대를 유지하면서 안정권에 들어섰고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으로서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휴대폰 사업을 키워야 했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휴대폰사업부내 CDMA와 GSM으로 나눠져 있던 조직을 하나로 합쳤고, CDMA WCDMA GSM 등 형식별로 서울, 평촌, 안양에 분산돼 있던 단말연구소도 서울 가산동으로 통합했다. 서울 CDMA단말기 공장과 청주 GSM단말기 공장도 평택으로 합쳤다.

이같은 일원화 전략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던 CDMA 사업에서 확보한 노하우를 GSM 으로 전수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것.

사실 LG전자는 그동안 CDMA 분야에서 버라이즌과 손잡고 영향력을 키웠으며, WCDMA에서도 허치슨에 물량을 공급하는 등 저력을 나타냈다. 그러나 전세계 휴대폰 시장은 CDMA와 GSM 비중이 2대8 정도로 나뉘어질 만큼 GSM 비중이 월등히 높아 GSM시장을 잡지 않고서는 성장의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LG전자 휴대폰 매출구조는 CDMA와 GSM 비중이 6대4 정도로 CDMA가 주도하고 있어, LG전자 입장에서는 GSM 시장공략은 더욱 절실했다.

특히 LG전자가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GSM 오픈시장으로의 도전은 올해부터 시작된 김쌍수 부회장의 승부수 이기도 하다.

김 부회장 취임후 휴대폰 실적을 보면 2003년 3분기 1조3918억원 수준이던 매출규모는 2004년 3분기 2조285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2005년에도 1분기 매출 1조8731억원, 영업이익 673억원에서 3분기 매출 2조2926억원, 영업이익 1229억원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올해들어 해외경쟁 강화에 따른 판매가격 하락과 마케팅 비용증가로 수익성이 급격히 저하됐다. 올 1분기는 매출 1조8428억원, 영업손실 309억원에 그친 LG전자는 2분기 매출 2조194억원, 영업손실 30억원으로 줄이면서 3분기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휴대폰 실적이 아직 미진하다는 평이다. CDMA 사업에서 보여준 저력이 GSM 오픈시장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상황. 이런 측면에서 첫번째 시험사례로 꼽힌 것이 바로 `초콜릿폰`이다.

초콜릿폰은 LG전자로 하여금 오픈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LG전자는 현재까지 글로벌 기준 330만대를 판 초콜릿폰을 올 연말까지 600만대 판매해 히트상품으로 만들 계획이다.  

골드만삭스는 초콜릿폰이 최근 버라이즌을 통해서도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 올해 전체 판매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시장주도권이 저가폰에서 중·고가폰으로 바뀌면서 LG전자 등 한국업체에게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얼마전 영국 출장길에 올랐던 김쌍수 부회장도 영국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을 직접 보고 "초콜릿폰이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자심감을 가졌다"고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국의 LG 아닌 세계의 LG로

김 부회장은 2004년 1월 미국에서 열렸던 가전전시회 CES에 참석 "(LG전자와 삼성전자간)경쟁이 발전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경쟁사를 의식한 소모전을 하지 않고 우리만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에서의 LG가 아니라 세계속에서의 LG를 생각하겠다는 글로벌경영 철학이다. 이를 위해 김 부회장은 2010년까지 전자, 정보통신 업계의 글로벌 톱3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김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체제 구축은 그의 대표적 성과이기도 하다.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만큼 그는 방만하게 운영되던 해외법인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수술칼을 들었다. 중국지주회사에 이어 북미총괄과 유럽총괄 역시 각각 지주회사로 전환시키고, 브라질·CIS·서남아·중아·중남미 등 5대 지역대표체제를 구축하는 해외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특히 2010년까지 80여 곳의 해외법인 매출액을 지난해(360억달러)의 두 배 수준인 70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김 부회장은 "저의 목표는 LG전자가 2010년까지 글로벌 톱3로 오르는 것을 보는 것이고, 그때까지 CEO자리에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다만 LG전자가 글로벌 시장에 우뚝 서는 날 `김쌍수`란 이름이 후임자들에게 떳떳한 선배로 기억될 수 있으면 그만이다"고 밝혔다.

◇김쌍수 부회장 누구인가

45년생인 김쌍수 부회장은 경상북도 김천 출생이다. 한양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지난 69년 LG전자에 공채로 입사했다. 김 부회장은 냉장고 공장장, 리빙시스템 사업본부장, DA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LG전자의 백색가전 사업을 세계 톱 수준으로 육성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기업중 처음으로 100PPM과 6시그마를 도입해 생산현장의 혁신활동을 진두지휘했고, LG전자 고유의 경영혁신 툴인 TDR(Tear Down & Redesign) 활동을 창안해 상시적인 경영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김 부회장은 이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003년 6월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로부터 `아시아의 스타(The Star of Asia)`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주간지 `타임`에서 `차세대 리더`로 소개됐고, 국내에서도 시사월간지 `월간중앙`의 `세계에 한국을 빛낸 35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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