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미드族’을 아시나요

조선일보 기자I 2006.07.28 11:36:42

미국드라마에 열광 ‘문화적 망명객들’
전문사이트 회원 10만명 대부분 20~30대 여성들
케이블 전문 채널도 등장

▲ 뉴욕을 배경으로 게이 변호사‘윌’과 이성애자 친구‘그레이스’의 우정을 그린 시트콤‘윌 앤 그레이스’
[조선일보 제공] 일찍이 이런 시절이 있었다. ‘600만불의 사나이’와 ‘원더우먼’ ‘소머즈’ ‘두 얼굴의 사나이 헐크’에 열광하고, ‘전격Z작전’ ‘에어울프’ ‘맥가이버’에 흥분하던…. 그러나 언제부턴가 지상파에선 외화를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그나마 편성을 해도 주말 심야나 토요일 낮에 편성하고 있다. 아무리 재미가 있어도 시청률 5%를 넘기기 힘든 시간대다.

하지만 지상파가 유일한 창구이던 시대는 지나갔다. 케이블TV와 인터넷을 통해 한국 드라마보다 스토리가 탄탄하고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만든 미국 드라마(미드)를 보기 위해 떠나가는 ‘문화적 망명객’들이 태어나고 있다.

윤모(32·여)씨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미치도록 재미있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며칠밤을 꼬박 새며 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함. 남주(남자 주인공)의 매력에 푹 빠져서 정상적인 이성관계가 불가능해질 확률 200%…” 등의 글을 남겼다.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에 대한 시청 소감. 안씨는 각종 드라마 전문 사이트를 통해 미국의 인기 드라마를 거의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다. 네이트 ‘드라마24’ 등의 외화 전문 카페의 회원은 10만 명선. 불법적으로 ‘다운’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인터넷엔 이런 카페가 나날이 늘고 있다.

외화를 즐겨 보는 이들은 젊은 층이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30~40%에 달했던 20~30대 여성의 지상파 인기 드라마 시청 점유율은 급락, 최근 한 드라마의 경우 9%대에 불과했다. 20대 남성은 격투 경기나 스포츠, 게임 등에서 대체 콘텐츠를 찾지만, 여성들은 외화로 대체품을 삼는다.

현재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 중인 외국 드라마의 종류는 줄잡아 60 여편. ‘프렌즈’, ‘섹스 앤 더 시티’, ‘CSI’ 시리즈 등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4월엔 미국 드라마 전문 채널인 ‘폭스채널’이 개국, ‘앨리어스’ ‘고스트 앤 크라임(원제 미디엄)’ 등 10여편의 외화를 편성 중이다. 홈CGV는 다음달 3일부터 ‘로스트 시즌2’를 방영한다.

국내에서 미국 드라마를 따라잡으려는 시도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한 지상파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선 “미국 드라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 ‘주몽’의 최완규 작가는 “미국식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며 제작사 ‘A스토리’를 설립했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문화정보학)는 “리얼 타임으로 미국 드라마를 방영하고 함께 보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 주고, 문화적 시차나 장벽을 해체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서 “한국 방송사나 제작사도 다양해지는 시청자들의 수요에 맞춰 체질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