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윤경기자] 지난 91년 걸프전의 미디어 스타가 CNN이었다면 이번 걸프전에서 돋보인 미디어는 단연 카타르 위성 TV 방송 알자지라(Al-Jazeera)다.
지난 96년 카타르의 왕족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가 1억5000만달러를 투자, 설립한 알자지라는 서방 언론이 아닌 아랍의 시각을 전달해 준다는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알자지라는 특히 지난 9.11 테러 이후 빈 라덴의 녹화테이프를 단독 보도하면서 관심을 모았으며 이번 이라크전에서도 미군 포로의 모습을 방영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를 통해 알자지라는 확실히 스타성을 획득했다. 그러나 현재 알자지라의 속사정은 별로 좋지가 않다. 정치, 경제적인 압박으로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악화된 것은 다름 아닌 알자지라만의 개성, 즉 독립성과 자유분방함 때문이다.
알자지라는 대부분의 중동 국가 언론들이 정부의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는 것에 반해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태도를 표방하면서 일부 중동 국가로부터 탄압을 받기도 했다. 알자지라 기자들은 요르단과 쿠웨이트, 이란, 팔레스타인 등에서 취재를 거부당했다.
자금사정 악화도 맞물려 있다. 2년 전부터는 심각한 수준의 광고 철회를 당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내보내면서 걸프 지역 광고시장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엘리트 및 집권층으로부터 노여움을 샀고, 이에따라 당연히 광고 매출은 급격히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반미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알자지라에 대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업체들 역시 호의적일리 없다.
게다가 이라크전 발발 이후 걸프 지역 TV 방송광고는 50%나 줄었고 광고대금 징수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알자지라는 현재 실제적으로는 "광고없이" 방송을 하고 있다.
설립 이후 지난 2001년까지는 자본금으로 근근히 버텨왔으나 결국 지난 해에는 설립자인 알-타니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야만 했다. 계속해서 막대한 손실을 내고 있는데다 광고마저 끊기고 있어 알자지라의 향후가 어떻게 진행될 지 여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일부에서는 새로운 자금유입으로 인해 독립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해 방송을 시작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아라비야, 아부다비TV 등도 알자지라를 압박한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알자지라의 꿈은 원대하다.
알자지라는 전세계에 755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CNN의 4000명, BBC뉴스의 3300명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이긴 하다.
알자지라는 또 현재 영어 방송 서비스를 반자율적으로 하고 있으며 내년쯤 이를 정식 출범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다큐멘터리 채널과 스포츠 채널을 운영할 생각도 있다.
알자지라의 대변인 지하드 발라우트는 결국은 상업성으로부터의 자유가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다른 의견을 갖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자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난이라는 현실을 완전히 외면하지 못했다. 그는 "알아라비야와의 경쟁은 반갑다. 하지만 10억달러 가량으로 추정되는 걸프 지역 광고 시장을 나눠 먹어야 한다는 점에선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