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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만원 멤버십 권하는 유기동물 보호소”…‘신종펫샵’ 주의보[댕냥구조대]

박지애 기자I 2024.11.16 09:05:00

위탁자들에겐 책임비 받고 입양 정보 안줘
입양자들에겐 100여만원 멤버십 가입 요구
돈만 내면 위탁해주고, 동물판매업 등록한 ‘신종펫숍’ 주의해야
“신종펫숍 같은 변칙영업 행태 잡을 명시적인 법개정 필요”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버려진 동물들을 보호하는 ‘유기동물 보호소’라고 홍보를 하지만, 실상은 ‘펫숍’과 다를 게 없는 ‘신종펫숍’의 등장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신종펫숍이 애당초 대놓고 분양을 하는 기존 펫숍 보다 더 큰 문제라고 지적되는 부분은 바로 유기동물을 구조해 위탁하는 사람들과 입양을 하려는 찾아온 사람들을 속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병이 있어 버려진 한 유기묘가 구조자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모습(사진=동물자유연대)
서울에 거주 중인 A씨는 지난 7월 시골에서 구조한 아기 고양이 ‘산이’를 임시보호하고 있다가 계속 보살필 상황이 안돼 서울의 한 ‘유기묘 보호소’를 찾았습니다.

이 유기묘 보호소는 ‘안락사가 없는 곳’으로 홍보를 해 위탁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하지만 A씨는 “해당 보호소 안으로 들어가니 보호소라기보단 일반 펫숍과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A씨가 보호 중인 고양이 ‘산이’는 코리안 숏헤어의 품종이고 흔히 길에서 자주 보는 고등어태비 품종이었습니다. 유기묘 보호소 업체 관계자는 “품종 특성상 입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20만원 정도의 책임비를 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20만원을 지불 하고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보호소는 한 번 더 금액 지불을 요구했습니다. 해당 고양이가 입양될 경우 어디로 입양이 됐는지 등 ‘입양 정보’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20만원을 추가로 요구했습니다. A씨가 추가 비용 지물에 의문을 품자 보호소 관계자는 “그렇다면 입양 정보는 서비스로 알려 주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안락사가 없는’ 유기묘보호소로 홍보를 한 업체에서 분양 판매 중인 새끼 고양이의 모습.(사진=제보자)
하지만 바로 다음날, A씨는 펫숍 분위기의 업체에 고양이를 맡긴 것이 불안해 다시 고양이 ‘산이’를 찾으러 업체에 방문을 했지만, “고양이는 이미 입소한 날 저녁에 입양이 됐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입양이 되면 입양정보를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업체는 입양 사실을 A씨에게 전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A씨는 이제라도 입양 간 곳의 정보나 사진을 보여달라고 요구하니 “입양한 사람이 원치않는다”는 답변을 해 올 뿐이었습니다. A씨는 “해당 업체에 고양이를 맡기면서 책임비를 내고 계약서를 작성할 시 포함된 조항인 ‘면회 및 열람신청 시 입양 이후 30일 동안 정보 열람이 가능하다’는 내용에 위배 되는 행동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수차례 지속 된 입양 정보 요청에도 거부를 당하자 A씨는 답답한 마음에 SNS에 관련 사건을 알렸고, 같은 업체에서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수십 명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피해를 호소하는 양상은 다들 달랐습니다.

◇위탁자에겐 ‘책임비+입양정보비’, 입양자에겐 ‘멤버십 가입’ 요구

유기묘 보호소인 것처럼 홍보를 하던 이곳은 크게 A씨와 같이 유기동물을 맡기는 ‘위탁자’와 유기동물을 가족으로 맡기 위해 찾아오는 ‘입양자’가 있습니다.

업체는 우선 A씨와 같은 위탁자들에게는 △10~20만원 가량의 책임비용 △10~20만원 가량의 입양정보비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A씨처럼 입양정보비를 받는 것에 의구심을 표현하면 이는 ‘서비스’로 알려주겠다고 하고 ‘입양자가 거부한다’는 이유로 알려주지 않곤 했습니다.

유기묘를 입양하는 조건으로 의료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80만원 가량의 멤버십 가입이 기재된 계약서 일부(사진= 제보자)
입양자들의 피해금액은 위탁자보다 큽니다.

유기동물을 입양하기 위해 찾은 사람들에게 업체는 ‘80만원~120만원 가량의 멤버십’에 가입하라고 권합니다. 업체는 피해자들에게 ‘이 멤버십은 49개의 동물병원와 협약을 맺어 예방 접종이나 질병 발생 시 저렴하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있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해당 업체를 방문했을 때 병원에선 “별도의 협력을 맺은 적이 없다. 해당 업체에서 보낼테니까 싸게해 달라고 정도로 부탁만 했었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입양자들에겐 5~10여만원의 책임비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피해자들은 한 가지 더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업체에서 입양하는 유기묘들이 대부분 2~3개월령의 품종묘라는 점입니다. 이 업체의 멤버십 관련 입양피해자라고 주장하는 B씨는 “입양보다는 펫숍에서 분양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또 이 곳에서 입양한 고양이들 중 많은 수가 구충제로 해결이 안되는 세균이나 각종 전염병과 고양이 코로나 등에 감염돼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수 십명의 피해자들이 모여 해당 업체를 고소하려고 하자 업체는 현재 문을 닫고 운영을 하고 있지 않는 상황입니다.

A씨는 “두 달여 전에 맡긴 고양이에 대한 행방을 여전히 알 수 없다”며 “업체에서 돈이 안되는 고양이들을 유기했을 가능성을 염두하고 사람들과 함께 인근을 다 뒤졌지만 발견하지 못했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업체에서 유기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근거로 A씨는 해당 업체가 있던 건물 내 CCTV 확인 결과 고양이를 맡긴 다음 날 해당 업체 직원들이 이동장 안에 넣은 고양이 몇 마리를 급하게 어디론가 옮기는 모습을 포착했기 때문입니다.

‘안락사 없다’고 홍보하던 유기묘 보호소 업체 관계자가 분주하게 이동장에 위탁묘들을 담아 어디론가 옮기고 있는 모습(사진=제보자)
피해자들은 해당 업체를 지난 14일 사기죄로 고소한 상태입니다. 추후 시위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피해자들은 “해당 업체가 서울이 아닌 다른 수도권 지역으로 옮겨 유기동물보호소를 가장 해 운영을 하는 것을 직접 가서 확인했다”며 “업체명은 바뀌었지만, 사장과 그 남편의 얼굴이 같은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합니다.

‘안락사 없다’고 홍보하던 유기묘 보호소 내부 모습(사진=제보자)
특히 해당 업체는 동물단체들이 동물 보호소를 가장한 신종펫숍들의 공통점으로 꼽는 △‘무료 입양’ 등 무료임을 강조하며 비용에 초점을 두고 홍보하는 곳 △보호소나 호텔처럼 다른 이름을 걸고 있으나, 펫숍처럼 어리고 품종있는 동물을 전시하고 있는 곳 △비용을 지불하면 파양·구조동물을 모두 받아주는 곳 △동물판매업으로 허가받은 곳이란 조건이 모두 해당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피해를 호소하는 곳들은 사실 이 업체만이 아닙니다. 유기동물이 급증하면서 분양보단 입양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를 악용해 등장하는 ‘신종펫숍’은 점점 증가추세입니다.

◇처벌 가능할까…“사기죄·표시광고법 위반 가능성 있어”

법조계에선 ‘위탁과 보호, 입양’을 하는 것처럼 홍보를 하고 실제로는 판매와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을 두고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박주연 동물권을 연구하는 변호사단체 PNR 대표이자 법무법인 방향 변호사는 “유기묘를 보호 위탁 입양한다고 말해놓고 실상은 보호와 위탁을 이행하지 않은 것인데, 그렇다면 그러한 광고·설명은 거짓, 과장 표시광고 혹은 기만적인 표시광고에 해당할 것으로 보이므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입양 정보를 알려주겠다고 계약을 맺은 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피입양동물을 안전하게 보호 위탁하겠다는 내용은 위탁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정보일 것임에도 그러한 내용을 허위로 고지하거나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위탁비 등 명목으로 돈을 받아 편취했으므로 형법상 사기죄 성립 소지도 있다”며 “당연히 계약 위반이 될 것으로 보이고 해당 조항이 계약 체결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음을 증명할 수 있다면 계약을 해제하고 동물 및 (지급한) 위탁비 반환, 기타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동물보호법상 판매업(허가대상), 위탁업(등록대상) 관련 규정에 보호소와 혼동을 야기할 만한 행위를 금지하는 등의 구체적인 규제는 없다”며 “이러한 규제가 매우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해당 업체가 위탁자의 CCTV 제공 요구에 불응한 것 역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 변호사는 “동물판매업, 위탁업의 경우 법상 CCTV 를 설치, 관리할 의무가 있다.(동물보호법 69, 73조, 시행규칙 39, 44조, 별표 10, 11) 또 동물보호법 87조 4항에 따라 ‘소유자등이 자기 동물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하여 요청하는 경우’에는 CCTV 영상기록을 제공해야 하고 그 외(재판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공의무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무료’ 강조하면 의심부터…진짜 보호소 찾는 법

하지만 이 같이 유기동물보호소를 가장한 신종펫숍이 아닌 정말 유기 동물을 보호할 목적으로 운영 중인 다수의 유기동물 보호소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진짜 유기동물 보호소와 신종펫숍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동물자유연대는 “신종펫숍의 경우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보호소나 호텔 등으로 위장하는 등 점점 더 방식이 교묘해지고 있어 시민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우선 신종펫숍의 공통된 특징으로는 앞서 언급한 것을 중에서도 “보호소라면 공간과 돌봄 한계 등으로 인해 돈만 내면 동물을 모두 받아줄 수 있다고 하는 곳은 보호소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합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무엇보다 동물판매업으로 허가받은 곳은 보호소가 아니다. 올바른 목적으로 운영하는 보호소는 동물생산판매에 반대하기 때문에 동물판매업과 보호소는 양립할 수 없는 시설”이라고 강조합니다.

또 “구체적으로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사이트에서 반려동물 영업자 정보 검색을 통해 해당 업체의 주소지나 업체명으로 동물판매업 인허가가 확인되거나, 업체 계약서나 업소에 판매업 허가번호가 기재되어있는 등 판매업으로 허가받은 곳이라면 업체 이름과 관계없이 그곳은 펫숍”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전문가들 “근본해결 위해선 법제도 개선 동반돼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위장 보호소가 근절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법과 제도 그리고 더 나아가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동반돼야 합니다.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나 민간동물보호시설에서 비영리 목적으로 동물을 구조, 입양하는 경우 외에는 동물보호센터, 유기동물보호소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는데, 통과가 안 되고 있다”며 “동물보호는 의사 면허처럼 면허가 필요하지도 않고 일반인이나 불특정다수가 할 수 있는 일이어서 제재가 어렵기 때문에 국회에서 검토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실태조사를 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근본적으로는 무분별하게 번식되는 불법 번식장에 대한 문제가 해결돼야 이 같은 변칙 유통업자들이 생겨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박 변호사는 “수 년전부터 이러한 변칙영업자들의 행태가 지속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선 영업자들이 (영리행위를 하지 않는) 보호소와 같은 명칭을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 외 불법적, 변칙적 영업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전반적으로 영업 관련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있다”며 “무엇보다 동물을 위탁, 보호하다 입양을 보내는 동물보호소의 기능, 시설, 인력이 대폭 개선됨으로써 보호자 없는 동물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유기동물을 줄이고, 이들을 입양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관심, 인식 개선도 필요하며, 궁극적으로는 애초에 번식되는 동물 개체수가 줄어들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가 변화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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