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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현대차는 지난 8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자율주행차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번에 웨이모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 첫 성과인 셈이다. 현대차는 웨이모의 6세대 완전자율주행 기술인 ‘웨이모 드라이버’를 적용한 아이오닉 5를 제작하고, 웨이모는 해당 차량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에 투입할 계획이다.
반도체 분야는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와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 등 제조 과정이 분업 구조로 돼 있는데, 완성차의 경우 내연기관차 한 대를 만드는 데 수만여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특성상 이같은 분업이 일반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부품 구조가 단순화했고, 차량 내 소프트웨어(SW)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이에 자율주행차 등 미래 핵심 기술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솔루션을 개발하고, 완성차 업체는 이들이 원하는 차량 플랫폼을 제공하는 형태의 협업이 떠오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자율주행차의 핵심인 라이더·레이더 센서를 부착한 전기차를 (완성차 제조사가) 공급하면 IT 기업은 알고리즘을 집어넣어 로보택시가 완성되는 것”이라며 “제조사가 ‘자동차’라는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빅테크는 알고리즘과 솔루션을 심는 모빌리티 파운드리 산업은 미래에 큰 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앞으로 자율주행차 플랫폼이 승용차에서 밴, 물류 트럭으로 확대될 수 있는데 모두 현대차가 가진 라인업으로 시장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웨이모는 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샌프란시스코, 애리조나주 등 지역에서 운전자가 동승하지 않는 형태의 유료 로보택시를 운영 중이다. 로보택시 차량에는 재규어 i-페이스 전기차,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하이브리드, 지리차 지커 전기차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번 협업과 관련해 최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 등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가 강해지는 상황이 현대차에 기회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으로 빅테크 기업들이 파운드리 파트너를 찾는 과정에서 현대차라는 대안을 찾은 것으로, 현대차에는 좋은 기회가 된 것”이라고 했다. 2027년부터 중국산 소프트웨어(SW)를 사용한 커넥티드 카 판매가 전면 금지되는 등 앞으로 중국산 차량에 대한 규제 강화로 현대차의 반사이익이 더 커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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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동맹은 단순히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OEM)가 아닌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진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 완성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와 포괄적 협력 관계를 맺은 데 이어 토요타와 수소 분야 협력도 논의하는 등 완성차 기업 간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원장은 “그동안 완성차 업체와 협업하는 것을 넘어서 IT 기업과도 협력을 넓혀나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차의 제휴선이 전통 자동차 업체에서 미국 대표 IT 업체인 구글로 넘어갔다는 건 상당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번 파트너십은 현대차가 웨이모의 요구대로 자율주행 차량을 제작하는 위탁 생산 방식이지만, 향후 현대차가 자체 자율주행기술을 고도화하는 데도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파운드리 사업과 별개로 미국에서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해 미국 등 시장에서 로보택시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현대차그룹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연구 중심인 포티투닷과 함께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문학훈 오산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현대차가 자율주행 솔루션을 차량 플랫폼에 잘 얹을 수 있을지를 확인하고 더 정교하게 SW를 다듬을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모셔널 등을 가진 현대차가 구글 등 IT 기업의 솔루션을 활용해 여러 실험을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구글도 다양한 기업의 양산차량에 시스템을 적용해 범용성을 실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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